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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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연구 역량을 해외서 인정받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AI 선행 연구 조직을 앞세운 네이버와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연구 논문이 유수의 글로벌 학회에서 채택, 토종 AI의 기술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AI 연구 역량...글로벌 학회서 입증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연구 논문은 국제적 권위를 지닌 글로벌 학회에서 채택되며 그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브레인은 올 상반기에만 글로벌 학회에 총 9건의 AI 논문을 등재했다고 밝혔다. 먼저, 인공지능과 전자 분야의 글로벌 학회서 많은 연구 논문이 뽑혔다. 인공지능 학회 'AAAI 2021'에 논문 3건, AAAI 2021에서 별도로 진행한 프로그램 'AAAI 2021 Workshop on Deep Learning on Graphs'에서도 논문 1건이 채택됐다. 지난 3월에는 세계적인 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IEEE Access'에 서울대학교와 공동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의료,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AI 연구 쪽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폐 결절을 진단할 수 있는 자동화된 인공지능 모델을 제안해 지난 3월 'Medical Image Analysis' 저널에서 열린 'LNDb Competition'에서 1위를 했다. 자연과학 저널 'Science Bulletin'에는 기압 진동 현상을 사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발표했다. 6월에는 컴퓨터 비전·패턴 인식 분야 학술 대회 ‘CVPR 2021’에서 이미지에서 사람과 물체 사이 상호 작용을 자동 검출하는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지난 6월 네이버는 AI 학술대회인 'Interspeech2021'에서 9개의 AI 연구 논문이 채택됐다. 이 대회는 'ICASSP'와 함께 음성 언어 처리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권위가 높은 학회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매년 참가해 최신 음성인식 기술을 발표하고 공유한다. 채택된 네이버와 라인의 논문들은 클로바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음성합성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나, 동시에 여러 화자가 말할 때 각 화자별 특징을 더 정확하게 잡아내는 기법 등을 다루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국제 음향·음성·신호처리 학술대회 ICASSP에 네이버와 라인이 제안한 14편의 논문이 뽑히기도 했다. 음성 생성 모델에서 유성음·무성음 정보를 활용해 식별기를 개량한 연구를 소개했다. 식별기의 표현력과 학습을 제한해 여러 화자의 말뭉치에 적용할 경우 품질이 저하된다는 문제점을 개선해 연구 역량을 인정 받았다. 이어 네이버와 라인은 심층학습을 사용하지 않는 음원분리 방식인 ISS와 심층학습을 이용한 음원 모델 추정 방식을 접목시킨 새로운 방식도 제안했다.

사진=카카오브레인
사진=카카오브레인

 


미래 산업 주도권 핵심 'AI'...선점 나선 '네이버-카카오'

양사는 AI 연구 역량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네이버는 한국과 전세계 유수에 위치한 대학 등 학계의 우수한 연구자들과 스타트업, 기관들이 각 지역에서 이뤄지는 선행 AI 기술 연구에 참여해 활발히 교류·협력하며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고 우수한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양성될 수 있도록 투자해왔다. 카카오는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머신러닝 방법론, 로보틱스, 강화학습, 자연어처리, 음성인식 및 합성, 의료진단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기원 등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학계, AI 커뮤니티와 제휴·교류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개발력 확장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산업의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AI만큼은 외산 기업에 종속되지 말아야한다는 의무감 탓이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든 이후, 전세계 주요 국가 모두 미국의 인터넷 기술에 종속됐다. 하지만 한국은 지도 반출 이슈가 불거질 당시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인터넷 기업의 자립 덕에 데이터 주권을 지켜냈다. 문제는 데이터 시대의 핵심이 AI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데이터 독립을 지키는 핵심 열쇠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AI 개발 경쟁이 미래의 AI 생태계 주도권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취사선택, 고도화하는 모든 방식이 AI로 이뤄지고 있어 AI 주도권을 쥔 기업이 미래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다가올 미래엔 서비스뿐 아니라 신사업 구축부터 상품 설계·디자인 까지 산업 전 과정에서 AI가 큰 변화를 이끌 것이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AI 기술 패권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효정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AI 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개발 경쟁은 미래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AI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에 보통 기존 학습된 모델을 응용하는 전이학습 방식으로 AI를 개발한다"며 "결국 가장 선도적인 모델을 개발한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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