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테크'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4차 산업군에 이런 기술들이 대거 적용되면서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쇼핑, 게임 등 미래를 이끌어갈 문화산업과 '테크'의 만남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장면입니다.
미래 문화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e스포츠도 예외는 아닙니다. e스포츠가 아무래도 스포츠 영역이다보니 프로게이머나 게임단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e스포츠는 어떤 스포츠보다도 '테크'가 필요하고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흐름을 읽고 e스포츠와 '테크'를 접목해 묵묵히 한 길을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서룡 VSL 대표입니다. 프로게이머로 e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김대표는 벌써 20년째 e스포츠와 동고동락 중입니다.
프로게이머에서 VSL 대표로...파란만장한 그의 삶
김서룡 대표의 이력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습니다. 운동을 전공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프로게이머로 데뷔, 다양한 FPS 게임을 섭렵했습니다. 이후 그는 리그 기획 및 운영에 흥미를 느끼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했죠.
VSL을 설립한 김 대표는 리그 운영과 방송 제작을 병행했습니다. 다양한 리그의 예선전과 본선을 진행했고 한때는 트위치와 함께 손잡고 리그를 직접 만들기도 했죠. 2017년 지스타에서 VSL은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어느새 e스포츠와 인연을 맺은지 20년이 넘었더라고요.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e스포츠와 함께 청춘을 보냈죠. 지금은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든 것 같아요."
인생의 반을 e스포츠와 보낸 김 대표는 누구보다도 e스포츠에 진심이고, e스포츠가 성장하기 위한 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e스포츠 리그 방송 제작보다도 다른 곳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세계적인 문화의 흐름을 읽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테크'에 눈을 뜨다...멀티뷰 시스템
김 대표는 2010년부터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또다른 꿈을 꿨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메인이었던 당시만 해도 e스포츠에서 특별한 '테크'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메인이 될 종목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한 화면만 보여줘도 충분히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선수의 개인 화면 정도만 가끔 보여줘도 충분했죠. 하지만 e스포츠가 언제까지 스타크래프트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FPS 리그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멀티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멀티뷰는 굉장히 쉬운 개념이지만, 또 적용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입니다. 모든 선수들의 화면을 담고 이를 송출하며, 시청자들이 원하는 화면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멀티뷰의 핵심입니다.
"VSL은 이미 2010년부터 멀티뷰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기술자를 키웠죠. 수십명이 경기를 치르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10명의 플레이어가 경기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멀티뷰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리그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저에겐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e스포츠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공부한 것은 행운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가 e스포츠에 진심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e스포츠 리그 시청의 진화
김 대표는 멀티뷰 시스템을 통해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화면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관람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음악 프로그램이 송출하는 화면보다 '직캠(팬들이 직접 촬영한 화면)' 조회수가 더 높은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무대는 한 멤버만을 찍어 올리는 '직캠'이 더 인기가 높죠.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화면을 선택해서 보는 문화가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방송국이 송출하는 화면만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요즘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화면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는 현상이 강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e스포츠 역시 이런 시청 문화가 주가 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선수의 화면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화면을 보고 그를 좋아하는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시청 문화. 생각만 해도 설레는 '테크'입니다.
"시청자가 선택한 화면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죠. 선수들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함께 좋아하는 팬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고요. 경기 후 그 화면에서 선수와 팬미팅도 하게 된다면 더 좋겠지요."
문득, 최근 화두인 NFT가 e스포츠 멀티뷰를 만나게 되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스포츠도 새로운 '테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김 대표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스포츠가 가지는, e스포츠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면이 존재합니다. VSL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현할지, 쌓이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현실화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e스포츠에 '테크'를 더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