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 구독료를 12~17% 기습 인상했다. 이는 국내 진출 5년 만에 첫 구독료 인상이다.
회사 측은 오징어게임의 흥행을 이을 한국 콘텐츠 투자를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망 이용료 등의 부담을 미리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18일 넷플릭스는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각각 12.5%, 17.2% 오른 수준이다. 다만 월 9500원의 '베이직' 요금제는 동결했다.
인상된 가격은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되며, 기존 이용자들의 경우 별도 공지를 통해 '동의서'를 받게 된다. 만약 이용자가 구독료 인상에 동의하면 인상된 요금제가 구독료 청구일 이후로부터 반영되고, 동의하지 않을 시 '스탠다드', '프리미엄' 요금제 이용자들은 '베이직' 요금제로 내려간다.
넷플릭스 "요금 인상, 망 사용료와 관계 없어"
넷플릭스의 이번 국내 구독료 인상은 지난 4일 방한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의 발언에서도 예고됐다. 그는 "망 사용료와 (넷플릭스) 구독료를 별개로 생각한다"며 "한국에 진출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한번도 인상을 하지 않았기에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에 대해 '망 사용료' 관련 법 통과를 대비해 미리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측은 "이는 망 사용료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며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구독료를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에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넷플릭스 측은 자체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통해 망 사용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로 SK브로드밴드와는 결국 법정까지 갔고, 법정은 SKB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항소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입법 여부에 따라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넷플릭스는 이번 요금 인상을 콘텐츠 투자를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한국을 제외한 여러 글로벌 국가에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구독료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영국, 일본에서도 순차적으로 요금제를 인상했다.
디즈니·애플보다 비싼 넷플릭스 '오리지널' 자신감
최근 경쟁사인 월트디즈니사의 OTT '디즈니플러스(+)'와 애플의 '애플TV 플러스(+)'가 잇따라 한국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넷플릭스과 요금 인상에 나선 건 이미 한국 시장을 선점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디즈니플러스는 9900원, 애플TV 플러스는 6900원의 월 구독료로 이미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운데, 넷플릭스가 요금을 인상하며 격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킹덤', '스위트홈' 등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시킨 만큼, 경쟁사를 의식하기 보단 아낌없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측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엔터테인먼트 선택지가 있는 가운데 회원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작품 카탈로그의 양적, 질적 수준을 올리고 '오징어 게임', '지옥'과 같이 뛰어난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넷플릭스 결합 상품 요금제는 안오른다
넷플릭스와 손잡고 결합 요금제를 출시한 국내 통신사들은 이번 넷플릭스 구독료 인상과 별개로 넷플릭스 결합 요금제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가격 인상과 U+ 넷플릭스 결합 상품 가격은 별개"라며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측도 "넷플릭스 가격 인상과 관계 없이 KT의 넷플릭스 결합 요금제들은 변함 없이 같은 수준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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