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번 '지스타 2021'에서 기자가 두번이나 만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반복한 말입니다.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게임 관련 법이 없어 등급분류 심사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일정에도 없는 토론회에 찾아가 적극적으로 법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NFT 게임 관련법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NFT 게임은 커녕 블록체인 산업의 기초가 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규철 위원장이 이를 모를리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생각으로 법이 없다는 말을 반복한걸까요? 별다른 생각 없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법이 없어 억울하다는 말을 한걸까요?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지스타 2021이 시작된 지난 17일 김규철 위원장은 본 기자에 NFT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했습니다. 그는 "게임사들이 최근 실적 마감이 다가오니 NFT를 띄워야만 했던 것 같다"며 "NFT 게임은 현행법 범주 내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 사진=이소라 기자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 사진=이소라 기자

또 김규철 위원장은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이 없어서 등급분류를 못한다는 그의 말이 핑계로 들렸습니다. 앞서 NFT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여과 없이 표출했기 때문입니다. 

나흘 뒤인 11월 20일, 김규철 위원장을 게임·메타버스 관련 토론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토론회 연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중으로 참석했습니다. 무엇이 억울했는지, 그는 청중석에 앉아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오해가 있다"며 "신기술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막는다, 블록체인 게임을 막는다라고 하는데, 영화나 영상과 달리 사행성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규정이 있어 임의로 결정하기가 어렵다"며 "현행 게임법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법' 강조하는 김규철 게임위원장...어쨋든 법이 필요하다

이상했습니다.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데, 같은 말을 왜 반복하는건지 의아했습니다. 기자들이 모여 있는 토론회에 와서 법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 공무원의 ▲소극적 행정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텐데 말입니다. 다만 김규철 위원장은 토론회 종료 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교수 시절이었으면 시원하게 한마디 하겠는데, 공직에 있다보니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김규철 위원장 본인도 답답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업계에선 정부가 게임을 심의하는 기구인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가 그날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NFT 게임을 금지하든, 허용하든 그것을 판단할 기준이 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란 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기자들 앞에서 두번씩이나 법이 없다고 말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찌됐든 법이 필요합니다. 물론 산업을 가로막을 법이 아니라, 산업을 주도할 법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사행성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NFT 게임을 막는다면, 플레이 투 언(P2E)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하고 떠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제까지 '바다이야기'의 망령에 사로 잡혀 있어야 할까요. 벌써 15년이나 지난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도 많이 성숙했다고 믿습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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