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컬리로 대표는 한-미 이커머스 플랫폼의 혁신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양사 모두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혁신이라 불리던 서비스를 발굴, 이제는 유통 시장의 표준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한 두 이커머스 거인의 성공 사례를 <테크M>이 분석해봤다.
구독으로 이커머스 새판짜기...아마존의 혁신
아마존이 지난 2004년 미국에서 첫 선보인 '아마존 프라임'은 월 12.99달러, 연간 119달러를 내면 무료배송, 스트리밍 음악, 책, 비디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수는 2018년 1억명을 돌파한 후 2년만인 2020년 초 1억5000만명을 돌파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간 아마존은 현재 시가총액이 1조7000억원을 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아마존의 성공 사례를 확인한 국내 시장의 이커머스들도 아마존 방식의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와우회원, 11번가의 T우주 등이다. 최근 론칭한 11번가의 T우주패스는 아마존, 11번가뿐 아니라 영화, 치킨, 아이스크림, 미디어, 뷰티 등까지 추가한 서비스로 출시 일주일만에 구독자 15만명 이상이 가입하는 효과를 낳았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이전에도 또 하나의 혁신을 이뤄냈다. 바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원클릭'이다. 지난 1997년 특허를 받은 아마존의 원클릭은 신용카드를 한번 등록하면 다음 쇼핑부터는 본인인증 같은 불편함 없이 클릭 한 번에 결제 정보를 불러와 결제와 동시에 발송절차가 완료되는 기능이다. 1번만 클릭하면 되는 빠른 결제는 고객의 쇼핑 경험을 확장시켰고 트래픽 증대로 이어졌다.
이후 아마존은 아마존 페이, 아마존 고, 아마존 알렉사 등 혁신적인 결제기능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고객들의 쇼핑 편의성을 개선해 나갔다. 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은 이제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이 사용하고 있다. 결제와 동시에 별도의 주문 요청을 하지 않아도 주문 정보가 업체에 전송되면서 고객들은 더 빠르고 간편하게 상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 아직도 다니세요? 컬리가 쏘아올린 유통 혁신
국내에서 주도한 혁신 서비스도 있다. 바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대형 유통업계까지 따돌린 마켓컬리(컬리)의 새벽배송이다. 과거 국내에는 수십년 동안 고급 식재료를 선보이는 백화점 식품관부터 가성비 좋은 생필품으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마트까지 대형 유통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업계 표준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원하는 상품을 주문 다음 날 아침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컬리의 '샛별배송'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달라졌다. 컬리는 입소문을 타고 매년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서비스 오픈 첫 날 12건의 주문을 받았던 컬리 서비스는 현재 일 최대 15만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6년만에 1만배가 넘는 주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컬리만 성장한 것이 아니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SSG닷컴의 새벽배송 등 유사한 방식으로 제공되는 새로운 새벽배송 서비스가 계속 등장했고 시장은 계속 성장해 올해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새벽배송이 시장의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이면에는 물류 서비스의 혁신도 존재했다. 컬리가 업계 최초로 구축한 '풀콜드체인' 서비스는 산지에서부터 식탁까지 상품을 최적의 상태로 배송하는 온도 유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풀콜드체인 서비스는 산지에서 식탁까지의 거리를 비약적으로 줄여 마켓컬리 판매재고 기한이 1일인 '하루살이 상품'의 경우, 생산지에서 고객의 집까지 18시간 이내에 배송된다. 컬리가 '살아있는 전복'을 고객의 집으로 배송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데이터를 통해 예측된 판매량으로 주문하기도 전에 발주를 내는 예측 발주 시스템은 다른 기업들의 산지 직송, 직배송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시장 유통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혁신도 있다. 바로 화훼시장이다. 보통 꽃은 입학, 졸업, 결혼 등 다양한 행사를 기념하는 용도로 활용돼 왔다. 2020년 1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취소됐고 화훼 농가는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이에 지난 2020년 2월 컬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꽃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농부의 꽃이라고 불리는 '꽃 새벽배송' 서비스는 농가의 매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그동안 가격 변동성에 따라 매출이 불안했던 화훼 농가에게 상시 판매를 통해 일정한 판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유통사 뿐 아니라 기존 플라워샵 들도 꽃 새벽배송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시장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자루나 박스에 담아 판매하던 아보카도, 레몬 등을 개별 판매하는 것도 컬리의 대표적인 혁신 서비스로 꼽힌다. 유통이 편리하게 하기 위해 자루나 박스에 담아 판매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보관하기도 어렵고 결국 부패해 버리는 양도 많았기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품목이었다. 하지만 마켓컬리가 개별단위의 아보카도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원하는 수량만큼만 구매할 수 있게 돼 만족도도 증가했다. 쓰레기로 분리해야 하는 포도 줄기를 미리 떼어 원하는 양만큼만 꺼내 씻어 먹으면 되는 줄기 없는 샤인머스켓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컬리에서 줄기 없는 샤인머스켓을 판매하기 시작한 후 백화점 등에도 유사한 패키징의 상품이 늘어났다.
지난 2019년 컬리가 포장재 혁신 프로젝트 '올페이퍼 챌린지'를 발표하면서 냉동 상품 배송에 스티로폼 포장재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박스를 사용하자 업계에서도 종이 박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도 혁신이 표준이 된 사례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는 세상에 없는 혁신 서비스였지만 결국 세상이 인정하는 서비스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유통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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