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타벅스코리아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2년차를 맞은 유통가는 올해도 생존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대기업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과감한 합종연횡을 마다하지 않았고, 신흥 강자들의 차별화 전략도 빛을 발했다. 


IPO 나선 쿠팡과 컬리...'전통의 유통강자' 신세계의 변신

올초부터 유통가에선 몸값만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 자리를 두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이뤄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 뿐만 아니라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기존 유통 강자도 일제히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수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6~7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고, 결과적으로 롯데와 신세계, SKT, MBK파트너스가 후보군으로 정리됐다. 최후의 승자는 신세계였다. 5조원에 달하는 목돈을 주고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며 신세계는 일약 국내 3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세계는 네이버와의 대규모 지분 제휴에 이어 W컨셉 인수, 스타벅스 미국법인이 소유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까지 대거 사들이며 커머스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제외하면 오프라인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던 이커머스 시장을 키우기 위해 과감한 합종연횡을 선택한 것. 반면 롯데는 번번히 인수합병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고, 결과적으로 올해 이커머스 사업 전반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신 가구 1위 한샘과 중고나라를 확보하며 젊은층과의 접점 확대를 꾀했다. 

한편 전통 유통가의 시장지배력을 무너뜨린 쿠팡은 올해 3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상장 직후, 쿠팡 시가 총액은 886억5000달러(약 100조4000억원)까지 치솟았고,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쿠팡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전국망 로켓배송 인프라를 갖췄다. 덕분에 업계에선 쿠팡의 올해 매출 20조원 돌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는 이마트(22조원)와 롯데쇼핑(16조원)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규모다.

컬리 또한 차별화된 킬러콘텐츠를 앞세워 '강남 엄마들의 장바구니'로 자리매김했다. 로켓배송과 신세계 그룹의 물량 공세 속에도 남다른 PB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한달에 300만명에 달하는 고정고객을 확보했다. 2021년말 기준 누적 회원수는 1000만명에 이르고 재구매율 역시 75%를 넘어섰다. 일평균 주문은 무려 15만건에 달하고 몸값 또한 4조원 규모로 치솟았다. 내년 진행될 IPO의 기대감도 무르익는 모습이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막 오른 멤버십 전쟁...이커머스 외연확장은 현재진행형 

2년차를 맞은 코로나19 시대, 이커머스 플랫폼의 역할 또한 다양해졌다. 단순 쇼핑을 넘어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것. 쿠팡은 기존 로켓와우 회원들의 충성도 확보를 위해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어느덧 월간 순이용자는 200만명에 이르며 국내 대표 OTT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쿠팡은 올해 신규 물류센터 조성에만 1조원 이상의 투자를 결정했다. 로켓배송 범위를 더욱 세심하게 구축하겠다는 것. 덕분에 단순 공산품을 넘어 식음료, 반찬, 최근에는 가전-가구 영역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한국판 아마존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네이버쇼핑 또한 신세계-CJ그룹과 지분 제휴를 통해 구독서비스인 플러스멤버십의 뿌리 내리기에 집중했다. 해외 스포츠 중계를 시청할 수 있는 '스포츠 무제한' 이용권을 비롯해 신세계-CJ그룹의 생활 콘텐츠를 모두 묶어냈다. 콘텐츠와 커머스 소비를 일체화하고, 동시에 지역상권과의 결합을 시도 중이다.  

이같은 대형 플레이어에 대항하고자, 이커머스 기업들의 차별화 전략도 다양하게 시도됐다. 컬리는 올해 기존 식음료를 넘어 양말과 꽃 등 공산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직접 나서 철저한 품질 우선주의 철학에 입각, 상품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품질 우선주의를 키워드로 채택, 컬리 회원들의 영속성을 높였다.

배달의민족 또한 B마트를 론칭, 이른바 퀵커머스 시대를 열며 이커머스의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GS홈쇼핑과 합병한 GS리테일 역시 요기요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국 1만60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주문한 물건을 1∼2시간 이내에 받는 퀵커머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더현대서울
사진=더현대서울

 


스벅 굿즈부터 더현대서울까지...차별화된 경험에 눈뜨다 

올해 유통가를 관통한 키워드는 '차별화된 경험'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되자 오프라인 채널은 차별화된 경험을 내세워야만 고객의 눈길과 발걸음을 붙잡아 둘 수 있게 된 탓이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프리퀀시 적립행사' 등 고객 참여형 마케팅을 내세우며 코로나19를 뚫고 성장을 이어왔다. 스타벅스가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한정판 굿즈에 열광하는 충성고객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프리퀀시 교환·거래글이 연일 수백 개씩 올라오고 있다. 프리퀀시 적립으로 받을 수 있는 굿즈를 리셀(재판매)하는 사람들도 속출해 '스벅테크(스타벅스+재테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프리퀀시 적립 행사가 성행하자 스타벅스 실적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이익은 9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올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 증가한 6266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8% 오른 86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더불어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도 차별화 경험을 내세워 성공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를 재조명한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오픈 100일 만에 매출 2500억원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상품 판매 공간을 의미하는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고객들이 편히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과 동선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의 절반을 비우고 나머지를 꽃과 나무들로 채워 넣는 파격 실험을 단행했다. 이어 실내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에는 명품 팝업 스토어를 연달아 개최하며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그 결과, 더현대 서울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는 등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더현대서울은 2025년까지 각각 연간 총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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