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핑계로 하나씩 사들인 노트북이 어느새 4대, 태블릿은 3대다. 살 때는 나름 각자 이유가 있었는데, 모아 놓고 보니 이건 좀 아니란 생각도 든다. 몇 개는 '당근'에 내놔야 하나 싶다가도, 또 나름의 역할과 사연들이 있어 선뜻 포기가 어렵다.
이쯤 되니 '하나로 다 되는' 제품은 없을까 찾아보게 된다. 마침 지난 25일 한국에 상륙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8'이 레이더망에 걸렸다.
투인원의 '하이브리드'한 매력
서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만든 디바이스다. 주로 태블릿과 랩탑 형태의 제품이 나오는 데, 서피스 프로 라인업은 태블릿과 PC 양쪽으로 쓸 수 있는 '투인원(2-in-1)' 디바이스다.
노트북은 문서 작성 같은 생산성 작업에, 태블릿은 동영상 시청 같은 콘텐츠 소비에 주로 사용된다. 노트북으로도 동영상 볼 수 있고, 태블릿으로도 문서 작성 할 수 있지만, 각자 '주특기'가 다르기 때문에 따로 쓰는 편이 좀 더 편하다.
이론상 투인원 디바이스라면 이 두 가지를 하나의 제품으로 모두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투인원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는 윈도 OS가 태블릿에서 쓰기엔 너무 무겁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실제 과거 나온 윈도 태블릿 제품들은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점점 더 느려져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허나 서피스 프로8과 최신 '윈도11' OS 조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앱 동작 속도나 터치 반응이 태블릿과 이질감이 크게 없다. 이런 상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지는 좀 더 써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기본 세팅 상태에서는 빠릿빠릿하게 동작했다. 여기에 화면 크기도 13인치로 시원시원하고, 외장 모니터를 2대까지 연결할 수 있어 데스크톱처럼 쓰면 사실상 '쓰리인원(3-in-1)' 역할도 가능하다. 이정도면 회사 측이 내세운 '하이브리드(두 개 이상의 기능이나 요소를 결합한 것)'한 매력이 분명 있다.
만만치 않은 무게와 가격, 어중간한 사양
이번 신제품은 전작보다 화면 베젤을 줄였고, 120Hz 주사율을 처음 지원해 훨씬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또 썬더볼트4 USB-C 포트를 지원해 외부 확장성을 개선했고, 배터리 시간도 최대 16시간으로 늘었다.
허나 이런 개선점들로 인해 무게가 약 890g으로 전작보다 100g 정도 늘었다. 여기에 키보드 역할을 하는 전용 커버 무게만 280g이라 결합하면 약 1.17kg이 되고, 두께도 만만치 않다. 최근 초경량 노트북은 13인치 이상에 1kg을 넘지 않는 제품도 많아 휴대성은 다소 아쉽다.
사실 더 무거운 건 '가격'이다. 투인원 디바이스라고 하는데 막상 전용 키보드와 슬림 펜 등 주변기기는 다 따로 구매해야 한다. 본체 가격만 최소 135만원부터 시작해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닌데, 키보드와 슬림펜 패키지만 30만원이 넘는다. 이것저것 따져봐도 결코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순 없다.
작년에 제품이 출시된 해외에 비해 국내 출시가 다소 늦다보니 사양이 아쉬운 점도 있다. 서피스 프로8은 11세대 인텔 코어 i5-1135G7 및 i7-1185G7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현재 수준에서 딱히 나쁘다고 할 순 없으나, 12세대 인텔 코어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들이 슬슬 선을 보이는 시점이라 애매하다. 특히 제품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구매에 나서기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어느 쪽도 특출나지 않지만…합치면 매력 'UP'
서피스 프로8은 투인원 제품으로 보면 어느 하나 빠지는 곳 없이 꽉 채운 제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나름 '하드웨어 장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서피스 프로8 역시 견고한 마감과 효율적인 발열 관리 등 그간 호평 받던 완성도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전용 키보드와 슬림펜은 가격은 아쉽지만 성능만 놓고 보면 만족스럽다. 여타 커버 타입의 키보드에 비하면 타건감도 좋고 키배치도 적절하다. 슬림펜도 120Hz 주사율과 만나 이질감 없는 필기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서피스 프로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킥스탠드는 별도 케이스 없이도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터무니없이 비싸고 무거우면서 각도는 맘대로 조절 안되는 애플의 매직 키보드에 비하면 정말 획기적인 수준이다. 서피스 프로의 킥스탠드야 말로 투인원 디바이스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서피스 프로8은 태블릿 또는 노트북 어느 한쪽에 서서 보면 양쪽 모두 특출나게 좋은 점은 없는 제품이다. 그런데 가운데에서 보면 나름 매력이 있다. 역시 뭐든 다 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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