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고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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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할 것만 같던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체제가 변화를 맞이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전북은행을 통해 실명계좌 확보에 성공한 것. 이로써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는 4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약세로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일일 거래대금이 줄어든 가운데, 고팍스가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팍스가 실명계좌를 확보한 만큼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고팍스, 우여곡절 끝에 실명계좌 확보

고팍스는 지난 15일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완료하고 발급확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본격적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 이후 약 6개월만에 실명계좌를 확보한 것. 이로써 고팍스는 반년만에 원화마켓을 다시 열 수 있게 됐다.

사실 고팍스는 지난해부터 실명계좌 확보가 유력한 거래소로 언급돼 왔다. 지난 2015년 설립된 고팍스는 스트리미가 문을 연 거래소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가장 먼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보안 표준인 ISO/IEO 27001도 획득했다. 특히 몇몇 대형사들이 한차례 이상 당했던 해킹 피해도 고팍스엔 없었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 /사진=고팍스 제공
이준행 고팍스 대표 /사진=고팍스 제공

또 지난해 5월 고팍스는 미국의 투자사 그레이스케일 계열 디지털 커런시 그룹(DCG)의 투자까지 유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다. 또 앞서 고팍스는 지난 2015년에는 신한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에 고팍스는 지방 유력은행과 줄곧 은행계좌 발급 가능성을 타진, 특금법 본격 시행일 직전인 지난해 9월 23일까지 긍정적이라는 답신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특금법 시행 전날 전북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부결을 통보하면서 절망으로 바뀌었다. 

당시 고팍스 관계자는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일까지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발급이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고 코인마켓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전직원 메일을 통해 "2021년 9월 15일 고팍스에 실명계정을 발급하기로 한 JB금융지주 이사회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신고 수리 마지막날 전북은행 측이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 발급 부결 통보는 석연치 않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며 "부결에 대한 사유도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팍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전북은행의 문을 두드려 결국 실명계좌를 얻어냈다. 고팍스관계자는 "전북은행 측에서 고팍스의 ISMS 인증 최초 취득, 정보보호공시 유공 표창, 상장정책 최초 공시 등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인정해준 결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 전북은행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가상자산 거래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대 거래소 체제로 변화하는 시장...추가 거래소는?

고팍스가 실명계좌를 확보함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체제 4대 거래소에서 5대 거래소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가상자산 시장 약세로 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이 전체적으로 줄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최대 50조원까지 기록하던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일일 거래대금이 올해들어 3조원에서 5조원대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4대 거래소 CI/사진=각 회사 제공
국내 4대 거래소 CI/사진=각 회사 제공

아울러 고팍스가 실명계좌를 확보함에 따라 아직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굳건할줄만 알았던 4대 거래소 체제가 허물어짐에 따라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것.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팍스가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좌를 받았다는 뉴스가 올라왔다"며 "지금 이 시점이 대선이 임박했으니 현 대통령이나 차기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 줄 수 있는 시기이며 공무원들이 격한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시점인지라 은행들이 실명계좌를 주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김 교수는 "고팍스의 실명계좌 확보로 거래소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서비스 질의 개선이 기대된다"며 나머지 거래소들이 원화마켓으로 진출하기 위해 실명계좌 발급에 공을 더 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누군가 물꼬를 터주면 실명계좌 확보가 수월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고팍스가 먼저 길을 터주니 희망이 보인다"며 "현재 자사 역시 은행은 물론 증권사들과도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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