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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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사업자를 법적으로 정의한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지 3주가 지난 가운데, 이른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금도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코인마켓만 운영하고 있다.

이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실명계좌를 확보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로 '생존게임'을 시작한 모습이다. 이들은 사업 보고서 발행과 보안 강화, 추가 인력 채용 등의 노력을 펼치며 다시 원화마켓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거래량 급감에 적자 운영하는 코인마켓 거래소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코인마켓을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량은 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대부분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 팔기 때문에 원화마켓을 지원하지 않는 거래소의 거래량이 급감한 것.

가상자산 거래소 코어닥스의 코인마켓, 거래량이 현저히 낮은 모습이다. / 사진=코어닥스 홈페이지
가상자산 거래소 코어닥스의 코인마켓, 거래량이 현저히 낮은 모습이다. / 사진=코어닥스 홈페이지

일부 거래소는 원화마켓에서 코인마켓으로 전환한 이후 거래량이 10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곳도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감함에 따라 거래 수수료로 먹고 사는 코인마켓 거래소 자체의 수익도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는 적자 운영을 하게 된 셈이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의 필수 요건이 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만도 상당한 인력과 자원이 들어가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거래소 운영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끝까지 살아남나…'존버' 시작한 거래소들

그러나 아직 코인마켓 거래소는 적자 운영을 감수하면서도 실명계좌 확보를 위해 계속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은 수익이 없지만 원화마켓을 열면 다시 수익을 낼 수 있을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누가 오래 버티느냐 싸움으로 가고 있다"며 "기존에 벌어둔 수익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고팍스
/ 사진=고팍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보고서 발간, 보안 강화, 추가 인력 채용 등을 진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소 운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선제적으로 경영보고서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기업 지배 구조 및 주주 현황 ▲상장정책 ▲보안정책 ▲이용자 연령·성별  등을 공개하며 투자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거래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는 거래소는 고팍스가 처음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건전화와 정책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코어닥스 제공
/사진=코어닥스 제공

지난 14일 코어닥스는 기술본부, 운영본부, 경영관리본부, 준법감시실, 정보보호실 전 분야에서 총 53명의 인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수수료 수익은 줄었지만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이번 대규모 채용을 통해 코어닥스 거래소의 기술과 서비스를 강화하여 현 금융권 이상의 보안과 기술력, 그리고 프리미엄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후오비 코리아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거래소 내 보안 강화를 목적으로 교육을 실시해 거래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어필하는 모습이다.


거래소 생존게임, 업권법 나오면 끝날까

이같은 거래소들의 생존게임은 가상자산 '업권법'이 정해져야 끝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불명확한데다 특금법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지난 6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4대 거래소 체제로 굳혀지면 경쟁이 사라지고 담합으로 인한 피해자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중견 거래소들도 자금세탕방지(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는데,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모두 거절 당했다"고 말했다. 명확한 지침이 없다면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실명계좌 발급은 은행이 판단할 일이라는 기존 금융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번에도 업권법이 없어서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변명만 내놨다. 가상자산 관련 법제도가 부재하다는 이유를 들어 금융위가 계속해서 국회에 공을 넘기려는 모습을 보인 것.

이같은 금융위원회의 태도에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권 말이다 보니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단 관리하려는 모습"이라면서도 "업권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코인마켓 거래소를 방치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중 은행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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