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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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 이렇게 박수로 맞는 콘서트를 해보겠습니까? 역사에 남을 콘서트에요. 그렇지 않습니까?"(방탄소년단 RM)

방탄소년단(BTS)과 아미(ARMY·공식 팬클럽)가 약 2년 반, 864일 만에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함성은 없었지만, 공연장은 아미들의 박수소리로 가득찼다. '짝짝짝' 보랏빛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자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더욱 뜨거운 무대로 호응했다.

지난 10일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오랜 만에 한국 아미를 맞는 특별한 순간인 만큼, 하이브는 풍성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총집결했다. 대형 LED 등 생동감 넘치는 무대 연출 장치부터 온라인 스트리밍(생중계)과 극장 라이브 뷰잉까지 적용된 ICT도 다채롭다. 온∙오프라인으로 함께 펼쳐지는 '하이브리드 공연'으로 멤버들은 전세계 아미들과 축제의 즐거움을 나눴다.


아미들의 깜짝 선물...함성 대신 클래퍼로 '짝짝짝'

공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아미들로 북적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국 아미들, 정답게 공연을 보러온 '엄마와 딸' 아미, 호주 미국 등 해외에서 온 아미까지.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을 다시 만난다는 설렘에 들뜬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연장 내에서 함성, 구호, 기립 등의 행위는 금지됐다. 이는 2013년 데뷔 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수의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도 처음 겪는 상황이다. 

이에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클래퍼(부딪히면 소리나는 부채)를 준비, 안전하면서도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미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클래퍼를 들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클래퍼에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서 투표로 정해진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 문구가 새겨져있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라이프 고즈 온'의 가사 중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를 차용한 것이라 인상깊다. 

/사진=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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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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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만5000여명의 아미가 자리를 빛냈다. 코로나19 이후 열린 공연 중 최대 규모다. 공연 시작 10분전, 아미는 함성 대신 클래퍼를 치며 멤버들을 기다렸다. '짝짝짝' 아미들의 박수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매웠다. 박수 소리가 절정에 달하자, 방탄소년단이 'We don’t need permission(허락은 필요 없다)'이라고 적힌 이동식 LED 전광판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미들은 클래퍼로 박수를 치고, 아미밤(응원봉)을 흔들며 멤버들을 맞았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보여주지 못했던 곡 '온(ON)'을 부르며 화답했다. 이어진 다음 곡 '불타오르네(FIRE)'가 이어지자 현장은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무대에선 불꽃이 타오르고, 멤버들의 '칼군무'로 공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아미밤은 공연 분위기에 맞춰 색깔을 다채롭게 바꿨다. 벽면의 대형 LED 전광판은 멤버들의 동선을 쉴새없이 비췄다. 아미밤과 방탄소년단, LED가 하나의 연출처럼 어우러졌다.

/사진=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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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밤이 곡의 분위기에 맞춰 다채롭게 변할 수 있는 이유는 '블루투스 연동' 기능을 적용한 덕분이다. 하이브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서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아미밤을 연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미밤의 색깔이 영상의 오디오 신호에 따라 실시간으로 바뀐다. 박자에 맞춰 불빛이 꺼지고 켜지는 등 곡의 리듬감을 색으로 온전히 구현한다. 전세계 아미들이 하나로 연결돼 단합된 응원을 할 수 있는 비결이다. 


대형 LED로 보이는 방탄소년단...전세계 아미 '열광'

멤버들은 대형 스크린과 무대를 누비며 아미들과 소통했다. '블랙 스완(Black Swan)' 무대에서는 댄서들과 함께 백조와 흑조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구성을 선보였다. 벽면의 스크린도 흑백 연출을 더해져 방탄소년단의 군무를 더욱 빛나게 했다. '쩔어'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카메라를 직접 들고 무대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LED 전광판으로 생중계 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마치 멤버들과 직접 영상 통화를 하는 듯 했다.

하이브는 실시간 '그래픽 렌더링 기술'을 공연에 적용하고, 공연 중인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움직임을 잡는 데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은 공연 중 안무나 무대를 누비며 쉴새없이 움직이는 멤버들을 바로 인식해, 무대 현장 전광판과 온라인 스트리밍 화면에 '비주얼 그래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전광판에 잡힌 멤버들의 모습과 비디오 그래픽이 미디어 서버를 통해 동시에 합성되는 식으로 독특한 시각효과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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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번 공연은 초대형 전광판을 구축하는 데 설비 역량을 집중했는데, 멤버들의 무대 위 모습과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대형 LED 전광판은 국내 공연 중 최대 크기로 설치됐다. U2, 비욘세 등 글로벌 스타의 대규모 투어에서 구현하는 크기다. 여기엔 '아나몰픽 일루전'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전광판 전체에 착시 현상을 일으켜 입체감을 구현하는 미디어아트 기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제작해 둔 입체적인 그래픽을 오프라인 공연장 전광판을 통해 송출하는 식으로 활용됐다. 

이날 공연에 자리 하지 못한 전세계의 아미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함께 호흡했다. 위버스를 통해 생생하게 공연을 관람한 것. 하이브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 환경과 모바일 디바이스만 있다면 공연을 쉽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했다. 특히 6개의 '멀티뷰' 화면을 제공해, 아미가 보고 싶은 화면 구도를 선택해 볼 수 있도록 신경썼다. '멀티뷰 라이브 스트리밍'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기술 기업 키스위(Kiswe)와의 협업을 통해 4K의 고화질, 고품질의 오디오 수준으로 끊김 없이 안정적인 스트리밍 진행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멤버들 역시 진심을 전했다. 진은 "온라인으로 보고 계신 아미들도 많은데 각자 시간·공간이 다르겠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이 순간 후회 없이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M은 "돌아보면 웃길 거다. '역사에 이런 콘서트도 있었다'라고 아들 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을 끝으로 방탄소년단은 마지막 '퍼미션 투 댄스' 무대를 이어갔다. 무대 위엔 곡의 상징인 고래 모형이 떠오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공연은 12, 13일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진행된다. 12일 공연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60여개 국가·지역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라이브 뷰잉을 통해 생중계 예정이다. 마지막 날 공연은 위버스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