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시대#
1화. 일 할 사람이 없다고? 그럼 로봇에게 시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 비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그레이트 레지그네이션(the Great Resignation)', 대(大) 퇴사 시대다.
일 할 사람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노동을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박봉과 과로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길 주저하게 만들었다. 비대면 기술의 발전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근로자들은 사무실에 나가는 대신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지만, 노동 환경은 과거로 완전히 회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면서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임금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으로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폭증하는 인건비까지 감당하려니 허리가 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분한 보상과 복지로 노동조합과는 인연이 없을 것만 같던 구글, 아마존,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에도 속속 노조가 설립되고 있다. 노동의 균형추가 급속히 기울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도전을 낳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살포한 실업급여는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고, 더 심각해진 자본소득 격차는 노동의 가치를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코로나19로 급속히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을 대체하기 위해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으나, 높은 인건비 문제를 풀지 못한 채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기업과 국가는 거대한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결국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상은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이 나선다
로봇이 산업현장에 투입된 건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네럴모터스(GM)는 뉴저지 조립 공장에 '유니메이트(Unimate)'라는 최초의 산업용 로봇을 도입했다. 이 로봇은 뜨거운 쇳물에서 나온 부품들을 인간 작업자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했다. 이 첫번째 산업용 로봇이 생산성을 입증한 이후, 자동차 산업은 가장 많은 로봇을 고용하는 업종이 됐다.
최근 로봇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금속, 식품, 소비재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은 인건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회사의 이익과 직결된다.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제 거의 모든 산업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로봇과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면 로봇산업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1220억달러(약 14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AI와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디지털 신기술은 로봇의 노동 대체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이끌고 있다. 산업계의 급속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제조 공정을 모니터링하고, 로봇이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팩토리' 기반의 첨단 제조업 시대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로봇이 당장 모든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오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하는 대신 고용을 증가시킬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로봇을 채택한 기업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진다는 이유다. WEF는 로봇과 자동화로 5800개 일자리가 순증하고,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인 1조2000억달러가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로봇 확장은 국가적 과제
로봇 도입은 단일 기업 단위를 넘어 국가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가 로봇의 도입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낮은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 등 개도국에 아웃소싱을 하거나 공장을 옮기는 방법으로 인건비 부담을 덜어왔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태국 등의 국가들이 선진국의 제조업을 유치하며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어느새 중국은 'G2'로 부상했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무역제재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기에 브렉시트 등 탈세계화 움직임까지 가속화되면서 '국경 없는 세계'에 대한 신화는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이런 변화를 부채질했다. 이제는 값싼 인건비만 보고 제조를 '남의 손'에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미국과 유럽은 자국 내에서 마스크 하나 곧바로 생산할 수 없음을 실감해야 했다. 한국이나 대만에 지정학적 위기가 닥친다면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의 엄청난 혁신 기술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이제 인력의 아웃소싱이 안보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제 각 국은 '자국우선주의'를 외치며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런 낌새를 느껴 온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해왔고, 이제는 국가 단위에서도 대비 전략이 필요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초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모아 놓고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를 종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자국으로 제조업을 회귀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선결 조건은 인건비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다.
이런 노동의 변화와 세계화의 종말은 아이러니 하게도 로봇 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제조업이 산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역시 로봇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로봇산업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을 위해 2023년 로봇 산업 15조원 달성, 1000억원 이상 로봇 전문 기업 수 20개로 확대, 제조로봇 70만 대 누적 보급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제조·서비스 분야 로봇기술 개발에 2440억원을 투입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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