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IN 메타버스#
2화. 메타버스와 사랑에 빠진 엔터산업

/그래픽=디미닛

음악산업 전반에 걸쳐 메타버스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도 발빠르게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자사 뮤지션들과 공연, 팬, 세계관이 어우러진 메타버스 세상과의 강력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업체들은 아예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과 손을 잡고 '뮤직 메타버스'를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미 엔터산업과 메타버스의 결합은 '필연적'이라고 불릴 만큼 견고하게 서로 묶이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이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K팝'이기 때문이다. 엔터사 입장에서도 전 세계에 흩어진 팬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바로 메타버스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구축할 수 있는 만큼 메타버스 사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메타버스에 진심" 아바타 멤버까지 영입한 SM

K팝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한 곳인 SM엔터테인먼트는 늘 시대적 흐름에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10대 중심의 아이돌 문화를 대중화킨 SM은 그동안 꾸준히 소속 그룹과 멤버들에게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부여해왔으며, 이제는 이를 집대성한 'SM컬처유니버스(SMCU)'를 통해 메타버스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2020년 데뷔한 K팝 아이돌 에스파는 이런 SM의 행보를 여실히 보여준다. 에스파는 8인조를 표방하며 등장했는 데, 이 중 4명은 실제 인물이지만 나머지는 'ae(아이)'라고 불리는 아바타 멤버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고, 이는 이들의 음악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K팝 걸그룹 에스파 / 사진=에스파 페이스북
K팝 걸그룹 에스파 / 사진=에스파 페이스북

과거에는 이런 세계관이 단순한 설정에 지나지 않았다면, 메타버스의 등장과 함께 이제는 직접 체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래 콘텐츠 시대를 준비해 왔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이수만 프로듀서는 "메타버스는 현실에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유니버스"라며 메타버스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SM의 메타버스 세계관 확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SM브랜드마케팅은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 SM엔터테인먼트 그룹의 메타버스 및 플레이 투 크리에이트(P2C) 생태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더 샌드박스 내 SM엔터테인먼트 그룹 전용 테마 공간인 'SM타운 랜드'를 조성하고, 콘서트, 팬미팅 등의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뮤직 메타버스 만들겠다는 큐브엔터테인먼트

(여자)아이들 등의 인기 K팝 뮤지션을 보유한 큐브엔터테인먼트도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적인 엔터사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이자 크립토 벤처캐피털인 애니모카브랜즈와 메타버스·NFT를 위한 합작법인 '애니큐브'를 설립했다. 이 법인은 디지털 사운드 소스, 앨범, 사진, 아바타 등 큐브엔터 산하의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비롯해, 큐브엔터가 제공하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NFT를 발행할 예정이다.

합작법인 애니큐브 로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합작법인 애니큐브 로고 /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큐브엔터는 특히 '글로벌 뮤직 메타버스'를 만드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안우형 큐브엔터 대표는 "큐브엔터의 IP 뿐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뮤직 메타버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큐브엔터 역시 더 샌드박스와의 협업을 예고했다. 더 샌드박스는 애니모카브랜즈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큐브엔터는 더 샌드박스 내 가상공간인 랜드(LAND)를 취득했고, 여기에 K컬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는 공연, 팬미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꿈꾼다

이밖에도 국내 다양한 엔터사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엔터사들이 가진 콘텐츠를 무한히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아이돌의 충성도 높은 팬들은 메타버스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손님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메타버스는 음악산업에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간 음악 산업의 BM은 공연, 스트리밍, 음반 판매, 굿즈 판매 등 한정된 BM을 갖고 있었지만, 메타버스와의 결합을 통해 가상현실(VR) 공연이나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판매 등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됐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플랫폼이고 사람이 모여야 하는데, 엔터사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을 모으기 쉽다"며 "사람이 모이면 경제적 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콘텐츠를 갖추고 나면 이를 이용한 새로운 BM을 고안할 수 있다"며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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