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페이커' 이상혁/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에게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이미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열정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보다 배는 노력해야 하지만, 이미 에너지를 소진한만큼 그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오랜 기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가는 선수는 박수 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고, 더 큰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마치 처음 우승하는 것처럼 온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죠.

T1 '페이커' 이상혁이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 있습니다.

2022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페이커'는 왜 그가 최고의 선수인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럼블스테이지에서 잠시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4강에서 G2 공포증을 완전히 떨쳐버리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4강에서 '페이커'가 보여준 경기력은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2019년 T1과 2022년 T1이 다른 이유는 '페이커'가 더 강해졌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멋진 경기력을 보여줬죠.

'페이커' 역시 이를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는 자신감을 가질 때가 언제인제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4강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그 자신감을 온전히 드러냈습니다.

"오늘 가장 놀라온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당연히 저죠. 물론 럼블스테이지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오늘은 제가 잘한 것 같습니다. 역대급까지는 아니고, 아직은 조금더 올라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중국 대표인 로얄 네버 기브업(RNG)과 결승전 맞대결을 앞두고 '페이커'가 자신감이 최고조에 오른 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강자들과의 맞대결에서는 사소한 부분으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RNG와의 맞대결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도 남지 않았지만, 잘 준비해서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팬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셔서 저희가 더 힘이 났습니다. 패한 G2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쳐 주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뿌듯했어요. 결승전에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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