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450조원의 투자 계획과 함께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밝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 유럽 출장에 나선다. 재계는 이 부 회장이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설비로, 전 세계에서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량은 40여 대에 불과한 EUV 노광장비를 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파운드리 시장의 라이벌인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치열하게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EUV 노광장비 확보량은 TSMC에 비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는 인텔까지 가세하며 EUV 확보전은 갈수록 난전이 되고 있다. 이에 이번 출장을 통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ASML 측과 담판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에도 네덜란드 에인트호반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직접 만나 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출장이 대형 M&A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해 그간 M&A 업무를 맡아온 김재윤 부사장을 TF장으로 임명했다. 또 반도체 M&A 전문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코 치사리를 삼성반도체혁신센터장으로 영입하고, 그룹의 M&A 전문가 안중현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삼성글로벌리서치 미래산업연구본부장으로 발령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길에 대형 M&A 논의를 진척시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내부 정비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임원을 대거 물갈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연구소장을 교체하고 '차세대연구실'이란 조직을 신설하는 등 미래 준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율 이슈 등으로 촉발된 반도체 위기론을 극복하고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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