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출범,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은 자율규제 속으로 들어갔다. 업계 대표주자들이 테라 루나 사태 이후 공동 대응을 위한 자율규제 기구를 마련한 것. 동일 가상자산을 상장하거나, 폐지 기준을 명확하게 통일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장 자정과 투자자 보호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22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DAXA를 출범하고 고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DAXA는 테라 루나 사태 이후 대책을 마련하라는 당정의 요구에 따라 설립됐다. 이번 루나 사태에서 거래소 간 신속하고 통일된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
이에 협의체는 우선적으로 원화마켓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자율개선안의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점진적으로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VASP)의 추가 가입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가상자산 상장·폐지 기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앞서 업계에선 거래소들이 통일된 상장·폐지 기준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5대 거래소는 DAXA를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및 폐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적용할 계획이지만, 모든 거래소가 동일한 코인을 상장시키겠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으로는 ▲거래지원 ▲시장감시 ▲준법감시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공통된 시장 자정에 나서는 한편, 오는 9월부터 가상화폐 경보제와 상장 폐지 기준을 마련하고 백서와 평가보고서 등 가상화폐 정보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동시에 위험성이 높거나 공시와 다른 비정상적인 추가 발행이 확인될 경우, 공동 대응에 나서고 특정 가상자산 내 이슈 발생 시 가상화폐 입출금 허용 여부, 거래지원 종료 일자 등을 논의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로써 정부는 사실상 5대 코인 거래소를 인정, 이들에게 현 증권사 수준의 권한 및 영업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시장 규제 권한도 일부 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비롯, 이른바 업권법 마련전까지 업계의 자율규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사실상 일본 금융청의 코인 규제와 유사한 모델로 접어든 것. 일본은 금융청에서 허용한 코인만 거래소들이 상장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택하는 한편, 민간 협회에 상당수 권한을 주는 자율규제 형태로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결국 디지털 자산 기본법과 관련 입법 마련 전까지, 시간을 갖고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루나 사태'에 대한 여론 악화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각각 가상자산 관련 규제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어 우리 정부 역시 이들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것. 실제 미국은 기존 증권법 및 상품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령에 가상자산을 포섭해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규제를 적용하는 한편,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행정명령을 내려 가상자산 규제 보고서 제출을 지시한 상태다. 오는 9월 중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여, 이후 관련 입법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EU 의회가 최근 디지털 자산을 위한 입법 패키지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 Regulation) 법안을 통과, 코인 사업자의 사업계획서(백서) 및 발행 요건 등을 점검하고 있어 이 역시 규제당국의 중요한 사례로 쓰여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안이 등장할 경우, 역차별 논란으로 국내 자금만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업비트와 빗썸의 일거래량을 더한 것 이상으로, 국내 자금이 해외 코인선물 시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테라 '루나'의 바이낸스 일거래 수수료는 최대 수천억원에 수준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낸스는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두고 있어, 미국 SEC 역시 현장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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