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리셀 플랫폼인 '크림'이 내달부터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한다. 크림이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 크림은 구매자 대상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나서며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수수료 무료 경쟁으로 적자가 심화되자 수익성 개선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크림은 다음 달 1일부터 판매 수수료 1%를 부과한다. 보관 및 일반 판매 수수료는 그동안 무료로 유지돼왔는데, 정책 변경에 나선 것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리셀 판매 수수료를 8~10% 부과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가 단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0년 3월 론칭한 크림은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과감하게 내세우며 시장을 선점했다. 리셀 플랫폼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한정판 제품 거래를 중개한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비해 상품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크림처럼 중간에서 제품을 검수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상품을 검수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다.
이는 다시말해, 거래량이 실릴수록 적자폭은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크림은 리셀 플랫폼 중 이용자가 가장 많은 만큼 적자 폭이 컸다. 크림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3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빠른 성장과 함께 적자도 불어났다. 크림은 지난해 약 5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검수 비용이 포함된 지급수수료는 433억원에 달한다. 적자에도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크림은 모회사 네이버 스노우로부터 올해에만 5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올해 4월부터 크림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첫 단계는 '구매자 수수료' 부과였다. 크림은 지난 4월21일부터 처음으로 일반·빠른배송·95점 상품에 대한 구매 수수료를 1% 책정했다. 약 두달 뒤인 6월 1일부터는 2%로 변경했다.
사실상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인 만큼 수수료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신뢰를 줘야하는 만큼 검수센터와 인력 등에 상당한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한다"며 "해외 리셀 플랫폼들은 이미 수수료를 받고 있고 국내 리셀 플랫폼들도 결국 이를 부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는 판매자에게 8~10%, 구매자에게 3~5%가량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중국 리셀 플랫폼 '포이즌'의 경우 판매자에게 6%의 수수료를 부과하며, 검수 수수료로 33~40위안(약 7700원)가량을 책정하고 있다.
크림은 이용자를 상당수 확보한 만큼 점진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구조를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크림의 분기 거래액은 어느덧 3000억원 규모까지 성장, 연간 1조원 거래액 달성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에서 추정하는 지난해 국내 리셀 시장 규모가 1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이용자 대부분을 크림이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