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총괄하던 홍은택 이사를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 최근 모빌리티 매각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를 향한 사회적 책임 경영의 목소리가 들끓자 이를 위한 '소방수'로 창업주의 복심, 홍은택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사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골목 상권 침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 이런저런 이슈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에 김범수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사회적 책임 경영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 정비에 나선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모빌리티 매각 이슈가 불거지며 그 진정성이 의심을 받게됐다. 카카오가 '투톱 대표' 체제를 내세워 또 한 번 그룹 재정비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남궁훈 체제 출범 4개월 만에 '홍은택' 카드 꺼낸 카카오
카카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CAC) 공동 센터장을 카카오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카카오는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 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남궁훈 대표가 단독 대표로 공식 취임한 지 4개월 만의 변화다. 내정자 신분까지 더하면 약 6개월만에 경영구조가 달라진 것.
홍은택 각자 대표는 CAC에서 맡고 있던 ESG 경영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장 전략을 총괄할 예정이다. 남궁훈 각자 대표는 기존과 동일하게 카카오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글로벌 확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남궁훈 대표 취임 4개월 만에 이런 대대적인 변화를 맡게 된 것은 지난달 불거진 '모빌리티 매각' 이슈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 매각이 '꼬리 자르기'라는 질타를 받으면서다. 지난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국정감사에 여러번 소환, 사회적 책임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 경영 대신 매각이란 카드를 꺼내들자 업계에선 '책임 회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시 김범수 창엄주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4월 상생기금 500억원을 마련해 사회적 책임 경영에 나섰지만, 두 달 만에 매각 이슈가 불거진 것. 사회적 책임 경영이 출발하자마자 이런저런 외부 이슈로 '잠시 멈춤' 상태가 되자, 카카오 경영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룹 컨트롤타워 'CAC' 역할 한계?...대표로 등판한 홍은택
'컨트롤타워' CAC를 중심으로 이뤄진 의사결정에 '사회적 책임' 이슈가 불거진 점도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CAC는 카카오 공동체의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임직원 윤리 의식 강화 및 리스크 방지에 힘쓰기 위해서 출범한 조직인 탓이다.
CAC 지난 1월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사태 이후 공동체 임원 주식 매도 규정 설립, 지난 4월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마련하는 등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왔다.
독립경영 기조가 '각자도생'으로 이어지면서 각 계열사는 수익성 극대화에 매몰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또 의사결정권을 보장하고 개개인의 동기부여를 위해 마련한 '스톡옵션'이 도리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 이를 도맡아 해결해온 것이 CAC인 셈이다.
지난해 국민적 질타를 받은 비즈니스모델(BM)을 비롯해 공동체 매각 등 향후 전체 조직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도 CAC 중심으로 이뤄졌다. 모빌리티 매각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적 책임 경영을 회피한다는 비판에서 CAC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사업은 남궁훈, ESG는 홍은택...대대적 변화 맞은 카카오
결국 카카오는 그룹을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 진화를 위해 홍은택 대표를 '소방수'로 소환했다. 홍 대표는 1963년생으로, 카카오 공동체의 '맏형 역할'을 도맡아와 그룹의 의사 결정을 조율하는 데 최적의 인사라는 평가다. 여기에 카카오가 강조하는 ESG 경영을 수행할 전문가로서의 역량도 갖췄다는 게 이번 인사의 배경이다.
홍 대표는 카카오 공동체의 의사를 조율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도맡아 왔다. 2012년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합류한 그는 카카오식(式) 소셜임팩트 사업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부터 3년간 카카오커머스 대표이사를 맡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왔다. 중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환경 친화적인 캠페인을 커머스 사업에 녹여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시작으로 카카오가 국민적 질타를 받자, 그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올해 초 남궁훈 단독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사회적 책임 경영을 위한 컨트롤타워인 CAC를 세우고, 홍 대표를 센터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카카오 공동체의 ESG 경영을 총괄하고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속가능성장 프로젝트와 ESG 경영 노력이 홍은택 각자 대표 선임을 계기로 카카오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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