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명가' CJ ENM이 웹툰과 웹소설까지도 손을 뻗고 있다. 원천 지식재산권(IP) 강화를 위해서다. '웹툰·웹소설→영상화'가 콘텐츠 업계의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오르자 이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CJ ENM은 '파트너십' 전략을 꺼내들었다. 네이버와 NHN, 리디 등 웹툰과 웹소설 업계의 '톱티어' 그룹들과 손을 맞잡았다. CJ ENM 그동안 주력해왔던 '영상화' 역량을 원천 IP에 더해 파급력 있는 흥행 콘텐츠를 대거 발굴해내겠다는 것이다.
원천 IP 발굴 전담 부서 만든 CJ ENM
지난 20일 서울 상암에서 진행한 '컬처톡'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종민 CJ ENM IP개발센터장은 "웹툰과 웹소설은 영상화 원천 IP의 화수분"이라고 평가했다. 새롭고 참신한 스토리가 지속 발굴되는 것은 물론이고, 팬덤이 형성되는 흥행 콘텐츠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웹툰의 신규 작품수는 2600여편, 작가수는 1만3000여명이다. 웹소설 작가수는 20만명으로, 문학 작품의 신간 발행 총수는 1만3000종에 달한다.
웹툰·웹소설이 영상화의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오르자, CJ ENM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CJ ENM은 IP 소싱 전담 부서를 구축했다. 원천 IP를 검토하고, 스튜디오에 매칭하는 시스템이다. 15명의 전담 요원이 ▲웹툰 ▲웹소설 ▲국내 소설 ▲국외 소설 등을 모니터링한다. 이후 ▲작품 인기도 ▲작가 지명도 ▲영상 적합도 ▲IP 확장성 등을 고려해 크리에이터와 스튜디오에 제안한다. 매달 모니터링 작품수만 1000여편이 넘고, 이중 수백편을 집중 분석한다.
스튜디오와 제작사, 크리에이터 등 CJ ENM '영상화' 전문인력들의 피드백을 최우선 고려한다. 이 센터장은 "예를 들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제작한 본팩토리는 로맨스물을 잘 만든다. 또 '국제시장'을 만든 JK필름은 온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선호한다"면서 "최근 많은 제작사들이 '실화 바탕'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사건을 집중 취재해 IP 확보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웹툰·웹소설 동맹군 '네이버·NHN·리디'
웹툰·웹소설 소싱을 위한 '동맹군'도 대거 확보했다. ▲NHN(위즈덤하우스·코미코) ▲리디 ▲블러썸 크리에이티브 ▲NC버프툰 ▲안전가옥 ▲만화가족 ▲투유드림 ▲도에이애니메이션 등이다. 모두 전략적 제휴 관계다. 만화가족의 경우 지난해 12월 290억원의 투자를 단행, 지분 53%를 확보해뒀다. 이들이 원천 IP인 웹툰·웹소설을 공급하고, CJ ENM이 도맡아 영상화하는 것. 함께 원천 IP 발굴에도 나선다. 공모전을 포함해 작품의 공동 기획개발도 진행한다.
누적 10억편에 달하는 원천 IP를 보유한 네이버웹툰도 든든한 파트너사다. 이종민 센터장은 테크M에 "특히 일본 시장에서 좋은 파트너십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5월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네이버웹툰이 각 300억원씩 출자, 합작법인 스튜디오드래곤재팬을 설립했다. 2020년엔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와 각각 1500억원의 지분교환 '혈맹'을 맺기도 했다. 이후 네이버웹툰의 IP를 CJ ENM이 영상화하는 협력이 이뤄져왔다.
대표적 사례로, 2020년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스위트홈'이 있다. 스위트홈은 공개 이후 첫 4주 동안 전세계 2200만 가구가 시청해 화제를 모았다. 동명의 네이버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했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또한 마찬가지다. 스튜디오드래곤과 네이버웹툰의 영상화 자회사 '스튜디오엔'이 제작했다. 동명의 웹툰 원작 또한 존재한다. 위즈덤하우스의 '파우스터' 또한 영상화 작업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기도 했다.
멀티 스튜디오 완성, IP 파워 키운다
CJ ENM이 웹툰·웹소설에 공을 들이는 목적은 '영상화'로 귀결된다. 때문에 CJ ENM이 축적해온 '영상화' 역량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평가다. 단적으로, CJ ENM이 자회사로 둔 모호필름(영화제작), 엠메이커스(영화제작), 용필름(영화제작), JK필름(영화제작), 블라드스튜디오(영화제작), 밀리언볼트(애니메이션제작), 본팩토리(방송프로그램제작) 등은 원천 IP 소싱과 매칭의 대상이 된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은 원천 IP의 재흥행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도 하기에 의미있다. 단적인 예시로, 네이버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시리즈 공개후 주간 조회수가 약 80배, 주간 거래액은 59배 증가하기도 했다. CJ ENM 또한 이 같은 사례를 만들 것이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 수 있는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CJ ENM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 제작을 담당하는 '엔데버 콘텐트'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등 멀티 장르 중심 'CJ ENM 스튜디오스' 등을 산하에 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웹툰과 일본에서 원천 IP 발굴과 영상화를 위한 법인을 세웠다. 엔데버 콘텐트는 유럽·남미 등 전세계 19개 국가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확장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CJ ENM 스튜디오스는 웹툰·웹소설 포함한 원천 IP 개발 및 경계없는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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