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 프릭스 이재혁/사진=넥슨 제공
광동 프릭스 이재혁/사진=넥슨 제공

카트라이더 리그 개인전에서 4번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는 전설의 문호준을 제외하고 이재혁이 유일합니다. 16년이 넘는 카트라이더 리그 역사상 겨우 두명뿐인 기록에 이름을 올린 이재혁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방증이죠.

하지만 이재혁은 항상 겸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최강이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직 팀전 우승이 없다는 이유로, 이재혁은 항상 개인전 우승 후에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재혁은 이상하게 개인전에서 성적이 더 좋습니다. 아마도 팀전은 꼭 이기고 싶다는 욕심과 부담감이 더해지는 반면, 개인전은 어떻게 되도 상관 없다는, 편한 마음으로 임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재혁은 18일 2022 신한은행 헤이영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개인전 16강 승자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쟁쟁한 선수들과 겨룬 '사실상 결승전'이라 불리는 경기였기에, 여기서 차지한 1위는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혁은, 마냥 기쁘지는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팀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했던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재혁이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최상위 클래스,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금 카트라이더 리그를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 중, 개인전 커리어가 저보다 좋은 선수는 없잖아요. 그에 걸맞는 성적을 내고 싶었어요. 오늘 증명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개인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연습 방송을 하지 않고 전력을 숨겼죠. 혼자 개인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점이 잘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1위만 한 것이 아닙니다. 이재혁의 경기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이 되면, 이재혁은 훨훨 날아다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을에 성적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사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걱정도 되더라고요(웃음). 시작이 7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가을이다'라고 계속 생각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 것 같습니다."

항상 최고의 개인전 실력을 보여주는 이재혁이기에 경기에 임하기 전 경계했던 선수가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여전히 박인수인지, 아니면 다른 선수로 바뀌었는지 말입니다.

"아무래도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김다원을 가장 경계할 수밖에 없었죠. 시작하자마자 1라운드에서 당당하게 1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큰 경기에 강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번 개인전에서도 우승하면 이재혁은 통상 5회째 개인전 우승을 달성하는 셈입니다. 아직 문호준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그는 아직도 현역이고 앞으로 얼마나 우승횟수를 더 쌓을 수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개인전을 치르면서 점점 욕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조별 예선을 비롯한 32강, 16강 모두 1위를 했잖아요. 결승 진출전도 1위를 했으니 이번 시즌은 옐로우 라이더만 한 셈이에요. 이제 우승만 남은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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