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세계 최고 축구 리그인 유럽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새벽까지 뜬눈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곤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e스포츠 리그가 유럽 축구 리그같은 역할을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이기에 많은 외국 선수들이 뛰어보고 싶은 리그로 꼽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용병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워낙 잘해 굳이 용병을 데려올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한국의 e스포츠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다면, 그 나라의 e스포츠 팬들은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손흥민에게 그러듯 말입니다. 


대만의 문호준 '닐' 리우창헝이 한국에 온 이유

리그 오브 레전드뿐만 아니라 카트라이더 등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입니다. '닐 리우창헝도 '코리아 드림'을 꿈꾸고 한국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대만은 예전에 한국보다 카트라이더 리그가 더 많이 활성화됐던 국가입니다. '닐'은 '대만의 문호준'으로 불렸던, 실력파 선수입니다. 그런 '닐'이 왜 한국행을 택했을까요. 

'닐' 리우창헝/사진=카트라이더 리그 중게화면
'닐' 리우창헝/사진=카트라이더 리그 중게화면

대만도 징병제 국가이기 때문에 '닐'도 군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후 '닐'은 자국 리그가 작아진 것을 실감했고, 더 큰 무대에서 뛰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한국의 리브 샌드박스가 외국 선수 영입에 관심을 두고 있던 상황이었죠. '닐'은 최고 수준의 한국 리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전역 후 2주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쉽지 않았던 한국 적응...기간 단축해준 박인수

아무리 큰 결심을 하고 왔다고 해도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냉정하기만 한 승부의 세계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닐' 역시 마찬가지였죠. 가뜩이나 전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 적응도 필요한 시기에, 더 어려운 환경에서 적응을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다행히 '닐'에게는 좋은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같은 팀 동료인 박인수는 '닐'의 한국 적극 기간을 엄청나게 단축해줬습니다. 특유의 친화력과 표현력으로 '닐'이 한국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브 샌드박스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닐' 리우창헝(왼쪽)과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리브 샌드박스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닐' 리우창헝(왼쪽)과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경기 외적으로만 도움을 준 것은 아닙니다. '닐'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박인수와 한 팀에서 뛸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며 한국행을 결정지은데 박인수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도 두 선수는 엄청난 시잔을 함께 연습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깜짝 놀랄 '닐'의 실력

그렇게 박인수 덕에 한국 적응을 잘해나갔던 '닐'은 실력도 일취월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닐'은 카트라이더 리그 예선부터 최영훈 등을 제치고 조1위를 차지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본선인 32강에서도 '닐'은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강 선수들과 맞붙었던 것은 아니기에, 그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16강 경기 뒤로 미뤄졌죠.

그리고 16강 경기, '닐'은 운이 나쁘게도 죽음의 조에 속해버렸습니다. 같은 팀 동료 3명과 같은 조에 속한데다 디펜딩 챔피언 김다원까지 있었으니 말입니다. 

2022 카트라이더 리그 개인전 16강 2경기 결과/사진=중계화면
2022 카트라이더 리그 개인전 16강 2경기 결과/사진=중계화면

'닐'이 패자조로 내려간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라인업에서, '닐'은 당당하게 4위로 승자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순위는 4위였지만 점수는 1위와 겨우 7점 차이였습니다. 박인수, 김다원, 박현수 등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뒤지지 않는 라이딩을 보여줬습니다. 


'닐'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

'닐'이 코리안 드림을 이뤄내기를 응원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카트라이더 리그 흥행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손흥민 경기를 밤새가며 보는 한국 팬들처럼, 대만 팬들도 '닐'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 미디어를 찾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지난 3일 '닐'을 비롯해 샌드박스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개인전은 누적 시청자수 28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시즌 개인전 16강 시청률 대비 30% 정도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닐' 리우창헝/사진=넥슨 제공
'닐' 리우창헝/사진=넥슨 제공

더욱 기대되는 것은 '닐'의 성실함입니다. '닐' 누구보다 연습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앞으로 더 성장하게 된다면, '코리안 드림'도 전혀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닐'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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