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인테리어 시장에선 '도면'이 기본값이다. 문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도면만 봐서는 공간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의 말이다. 이 아이디어에 착안, 어반베이스는 2차원(2D) 도면을 3D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가상현실(VR)로까지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벽지를 채색하고, 가구를 배치해보면서 막연하게 생각으로만 했던 인테리어 계획을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현해볼 수 있다.  

어반베이스 3D 기술로 구현한 리얼 파노라마 서비스 /사진=어반베이스 제공
어반베이스 3D 기술로 구현한 리얼 파노라마 서비스 /사진=어반베이스 제공

 

상상의 공간을 현실로 만든다. 이러한 어반베이스의 비전에 동감한 수많은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최근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어반베이스 3D 인테리어 서비스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으로도 어반베이스는 '공간의 개인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업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포부다.


공간의 개인화 이끄는 어반베이스

하 대표는 어반베이스가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개인화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상상 속의 공간을 가상에서 미리 꾸며볼 수 있는 3D 인테리어 서비스 '어반베이스', 꾸민 공간을 현실에 구현해주는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 '어반베이스 플랜', 공간분석부터 증강현실(AR) 배치까지 가능한 올인원 앱 '어반베이스 AR'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개인의 만족에 초점을 맞춘다’라는 목적의 연장선상이다.

"이용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디자인한 공간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까지 돕는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건축가로 일할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비전공자인 건축주에게 도면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설계 도면과 스티로폼 모형만으론 공간이 주는 느낌을 건축주에게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3D 게임'처럼 보여주면 관련 지식이 없어도 도면 이해가 쉬울 것이란 생각을 하게됐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사진=어반베이스 제공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사진=어반베이스 제공

 

어반베이스는 2D 도면을 3D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통상적인 인테리어 과정을 생각하면, 집의 구조를 설계한 다음 배치와 색감 등 미적 요소를 고려한다. 원하는 벽지를 채색하고, 가구를 배치해보면서 스타일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반베이스는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 기술을 꺼내들었다. 실내 공간을 분석하고 공간 스타일에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 증강현실로 직접 배치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 공간에 어떤 가구가 배치돼 있는지, 그리고 가구들이 나타내는 촬영자의 취향은 어떤 것인지를 분석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공간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솔루션도 개발했다. 현실 공간을 가상 공간으로 옮기는 어반베이스의 핵심 기술은 앞으로 활용도가 더욱 무궁무진할 것으로 본다. 이미 주거용뿐만 아니라 상업용, 전시까지 전 분야에서 활용 하고 있고, 앞으로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다."

국내 3D 공간 데이터 시장은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트렌드와 함께 산업과 공공서비스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데, 어반베이스는 97%에 가까운 전국 아파트 도면이라는 풍부한 데이터 보유와 정확성을 갖춘 기업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실측 데이터를 입력해 도면을 직접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타 서비스와 달리 어반베이스 사용자는 아파트 주소를 입력해 바로 3D 도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공간 안에서 7000여 개의 제품으로 가상 인테리어를 한다.


일본 부터 미국·유럽까지 '러브콜'

어반베이스는 '특허 경쟁력' 확보에도 열심이다. 2D 공간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모델링 기술인 '오토 모델링 및 머신러닝(Auto Modeling/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을 국내를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5개국에서 모두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수출도 정조준하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2019년 일본에 현지 법인 설립해 일본 진출을 시작했고, 현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추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권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인테리어는 문화의 장벽이 덜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도면이 인테리어의 기본값이 된다는 것은 만국 공통이다. 가령 한국 아파트 도면을 프랑스 건축가가 본다고 해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바꿔 말해 2D를 3D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이 전세계 어디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차 '필드 트립'을 여러번 나갔는데, 이러한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 시장에 도전했다."

어반베이스 3D 스타일링 구현 이미지 /사진=어반베이스 제공
어반베이스 3D 스타일링 구현 이미지 /사진=어반베이스 제공

 

어반베이스는 2019년에 일본 법인을 세우고 본격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때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가 어반베이스 기술의 성장성을 단박에 알아챘다. 소프트뱅크는 어반베이스의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사들의 '다리'가 돼줬다는 후문. 그 결과, 어반베이스는 일본에서 연간 7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1위 가구회사인 니토리의 현지 500여 개 매장에 3D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진출에 도전한지 불과 1년 만의 성과였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 기업 '앳 오피스'도 우리 기술을 택했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도입한 최초 사례다. 앳 오피스는 도쿄와 가나가와현에서 1만7000여개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5월 소프트뱅크 파트너 프로그램 '원십(ONE SHIP)' 파트너사로 선정됐는데, 3D 인테리어 서비스를 소프트뱅크 핵심 전시 공간의 시뮬레이션 및 공간 연출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어반베이스는 궁극적으론 자신만의 공간을 '원스톱'으로 만들어주는 플랫폼 기업을 꿈꾼다. 공간 시뮬레이션이 단순히 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간 시뮬레이션도, 시공도, 인테리어 제품 공급도 다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어반베이스는 사업 분야를 시공과 커머스로 넓히고 있다. 기성 가구에 빈티지 가구까지 포용하는 등 모두의 취향을 담는 '커스터마이징' 회사. 어반베이스는 오늘도 공간의 개인화를 위해 달린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