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최근 몇년간 우리 일상에서 공간이 주는 의미가 크게 변했다. 주거비용 증가, 재택근무 확대 등 공간의 다변화를 정면으로 맞이했기 때문이다. 변화는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동시에 혁신을 수반한다. 공간의 변화로 우리는 어떤 혁신을 맞이하고 있을까. 이를 이끌고 있는 혁신 기업을 테크M이 소개한다.<편집자주>


"필요한 크기와 기간만큼 집 외부에 있는 별도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일종의 '공간 아웃소싱'으로 일상의 공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의 말이다. 이 아이디어에 착안, 세컨신드롬은 미니창고 '다락' 서비스를 개발했다. 다락은 개인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 공간을 여럿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도심형 공유창고 서비스다. 고객들은 집 근처 다락에서 원하는 기간과 크기만큼 알맞게 보관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다락 /사진=세컨신드롬 제공
다락 /사진=세컨신드롬 제공

초공간(超空間).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면, 일상의 풍요로움이 더해진다는 게 세컨신드롬의 비전이다. 내 입맛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이 한 뼘만 늘어나도 삶의 질은 높아진다는 의미다. 넓어진 공간만큼, 다양한 일상이 스며들 수 있기 때문. 휴식을 포함해 홈카페, 홈캠핑, 홈트레이닝, 홈시네마 등 무궁무진하다. 


'공간 아웃소싱'으로 일상을 풍요롭게

한국은 주거 경직성이 큰 나라 중 하나다. 가격과 형태에서 그렇다. 부동산은 우상향하고 있다. 개인 소득이 증가해도 집을 소유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집이 갖는 물리적 속성 때문에 자유자재로 주거 공간을 넓히거나 줄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라이프 스타일은 10년 전과 비교해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집의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 아파트의 경우, 현재도 18평, 24평, 32평형대를 찾고 빌라는 방의 개수에 따라 원룸, 투룸, 쓰리룸을 검색한다. 

"집의 물리적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집 안을 비우는 것이다. 침실, 주방, 거실 등의 경우 바꾸기 어렵다. 집에 붙어서 최소한의 기능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건을 보관하는 기능 정도는 밖으로 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베란다, 다용도실, 옷장 등 말이다. 이를 외부로 돌리면, 집 안에는 내 입맛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긴다. 보관하는 기능은 곧 창고라는 개념과 통해 '다락'이 탄생했다."

홍우태 다락 대표 /사진=세컨신드롬 제공
홍우태 다락 대표 /사진=세컨신드롬 제공

'공간 아웃소싱'으로 주거 생활을 개선하자는 목표는 서비스 고도화로 이어졌다. 다락에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동'이 수반된다. '픽업운송'과 '안심보관이사' 서비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지정일에 운송 매니저가 방문하는 '픽업운송'은 보관 물품을 거주지와 지점으로 이동 보관하거나 원하는 지점으로 간편하게 입출고 할 수 있는 비대면 픽업 서비스다. '안심보관이사'는 포장, 배송, 보관까지 이사 전 과정에서 이삿짐을 안전하게 관리한다.

"다락은 현재 전국에서 46개 지점이 운영 중이다. 사업 초기엔 서울과 수도권에 포진했지만, 최근 대전과 대구 지점도 개점하는 등 전국단위 운영을 시작했다. 연말까지 8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규 계약건수를 보면 작년대비 올해 78%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 이용자 비중이 두 배 가량 높아져 주목하고 있다. 이용자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내년까지 대략 150~200개까지 늘어날 것 같다. 내년에는 부산에도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아이마크 그룹 리서치(IMARC Group)는 지난해 전세계 셀프스토리지(개인짐보관) 시장이 513억2000만 달러(약 70조4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오는 2027년엔 713억7000만 달러(약 97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미국의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 일본의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국내 시장 규모는 연 500억원 미만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공간' 가능한 이유는 데이터·기술

단순히 '창고'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경직된 주거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목표를 가졌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모바일과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픽업, 보관, 회수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온오프라인(O2O) 공간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또 '끊김없는 공간 경험'도 다락이 지닌 장점이다. 고객이 어디에 살든 다락 서비스를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 이사를 간다거나, 보관 물품과 기간에 변화가 생겨도 마찬가지다.

"끊김없는 사용자 경험을 위해선 '기술'이 중요하다. 전국 단위 공간을 24시간 서비스하기 위해선 기술이 주는 '표준화'가 필요하다. '다락 관제솔루션'이 탄생한 배경이다. KT와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한 무인 운영 관제 시스템이다. 사물인터넷(IoT)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원격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온도, 습도 등 최적화된 상태를 유지하는 환경 관리가 이뤄진다. 또 지점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으로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했다."

다락 /사진=세컨신드롬 제공
다락 /사진=세컨신드롬 제공

'다락'을 통해 공유창고의 운영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온 세컨신드롬은 최근 사업모델을 확장했다. 일명 '다락 크라우드'로, 개인투자자가 다락 내 개별 창고 유닛에 투자하고 세컨신드롬의 위탁 운영을 통해 매달 수익을 분배 받는 방식이다. 투자 지점은 세컨신드롬이 직접 운영하게 된다. 지점 개발, 창고 운영, 마케팅 등 전반적인 관리를 진행한다. 임대인이 보유한 유휴공간에 다락 신규 지점을 오픈할 수 있게 돕는 '다락 파트너' 상품도 출시한 상태다.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자 하는 수요는 가맹 사업 문의로 이어졌는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락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대부분 1년 이상 장기 이용을 하기 때문에 봄·여름·가을·겨울 꾸준히 수익이 나오는 장점이 있다. 다락의 연평균 수익률이 약 20%에 달한다. 가맹이 아닌 투자 상품으로 만드는 게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락 크라우드가 더 많은 사람들이 주거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세컨신드롬은 한국의 성공 방정식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초공간이라는 비전을 국내서 성공적으로 이룬 다음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공유창고 사업이 아직 디지털전환(DX)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공략하는 것. 다락은 IoT로 24시간 원격 관제가 가능하고, 계절에 따른 온습도 관리까지 무인으로 지점을 운영하는 기술에 더해 딜리버리 서비스까지 갖춘 유일한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표준이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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