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윤소연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최근 몇년간 우리 일상에서 공간이 주는 의미가 크게 변했다. 주거비용 증가, 재택근무 확대 등 공간의 다변화를 정면으로 맞이했기 때문이다. 변화는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동시에 혁신을 수반한다. 공간의 변화로 우리는 어떤 혁신을 맞이하고 있을까. 이를 이끌고 있는 혁신 기업을 테크M이 소개한다.<편집자주>


"인테리어는 견적 받을 때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옷 가게에서 제품을 사듯, 시공도 표준화된 가격으로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의 말이다.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 서비스 표준화와 가격 정찰제에 선도적으로 나섰다. 인테리어 사업자를 중심으로 파편화한 업계를 투명하게 개선해보자는 취지였다. '표준가'를 앞세운 아파트멘터리는 매년 2배 넘게 성장해, 7년 만에 5만여개 인테리어 업체 중 매출 1위를 했다.

아파트멘터리 마포 '스포크' /사진=아파트멘터리 제공
아파트멘터리 마포 '스포크' /사진=아파트멘터리 제공

인테리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 옷을 사고자 할 때 '샤넬', '자라' 등 브랜드가 떠오르는 것처럼, 시공을 결심할 때 아파트멘터리가 생각났으면 한다는 게 윤 대표의 바람이다. 집을 꾸미고, 집 안을 채우는 데 필요한 모든 경험을 가능케하고, 이를 아파트멘터리의 브랜딩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가격 정찰제로 인테리어업 혁신한다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 업계 최초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소비자 편의에 맞춰 가격과 서비스를 표준화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4가지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대표 서비스는 '파이브(FIVE)'다. 5년 이상된 아파트의 전체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으로 도배, 바닥, 필름, 조명, 타일 5가지에 대해 모듈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5년 미만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일부만 바꾸는 '스위치', 부엌만 개조하는 '키친', 욕실을 변경하는 '배스' 서비스 등도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예상 견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가표와 견적 계산기를 통해 원가를 공개하고 전체 예산을 가늠케 했다. 이후 오프라인 상담 과정에서 자재, 콘셉트 등 맞춤 컨설팅을 해준다. 자재 공급은 내부에서 직접한다. 계약을 맺으면 전속 매니저가 붙어 인테리어가 끝날 때까지 고객을 응대한다. 1년간 무상 사후관리(AS)도 한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마감 확인서'를 도입했다. 공사 후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항목을 적어두면 한달 내 처리해준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다른 플랫폼들의 경우, 인테리어 시공자를 연결해주거나 가격 비교를 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아파트멘터리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상담부터 AS까지 책임진다. 또 시공 과정을 10단계로 세분화하고 각 단계마다 무얼 할 건지, 고객으로부터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관련 시각자료도 충분히 제공한다. 계약을 체결하면 상담 신청 시 사용했던 앱(애플리케이션)이 고객용으로 바뀐다. 앱을 활용해 시공자와 수시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고객과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앱 '마이피치'를 출시했다. 인테리어 업계에 만연한 복잡하고 불투명한 소통 방식을 쉽고 투명하게 공유하자는 취지에서다. 마이피치를 이용하면 상담부터 완공까지 모든 과정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의뢰가 들어오면 담당 매니저들이 상담을 하고 실측과 디자인 미팅, 마감 미팅 등을 진행한다. 시공 과정에서 궁금한 사항은 실시간으로 담당 매니저와 소통하고 견적서·계약서 등 정리하기 어려운 문서들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리모델링 계약 체결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0%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성을 보여왔다. 투자자들도 특유의 서비스에 관심이 크다. 최근 아파트멘터리는 총 450억 규모로 시리즈 C 투자를 최종 마무리하며 업계 화제를 모았다. 누적 투자액은 580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투자 혹한기'에 얻어낸 고무적인 성과다. 아파트멘터리는 서울권역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으로 다음 목표로 내세웠다.


인테리어 소품까지 판매하는 '브랜드'

아파트멘터리는 집 '고치기'에서 '꾸미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리빙 제품으로까지 비즈니스도 확장하고 있다.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끝냈으면 그 집에 맞는 새로운 물건들이 필요할 거라고 봤다. 거기서 착안해 침구, 수건, 생활용품 등 브랜드를 냈다. 제품 기획부터 유통까지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인테리어 매출과 비중을 비교하면 5대 1정도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테리어 매출이 건당 수천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판매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자체브랜드(PB)를 다양하게 론칭했다. '그란'은 호텔 타월 브랜드로, 유럽 6성급 호텔에 타월을 납품하는 독일 제조사와 함께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 아파트멘터리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러그와 가구 브랜드 '리튼'도 있다. 리튼은 29CM 등 유명 온라인 편집숍에서 판매 1위를 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직접 만든 매트리스와 베딩 전문 브랜드 ‘라이프 시리즈’는 오프라인 매장도 선보였다. 직접 만든 구스다운 이불솜 '라이프 구스'는 홈쇼핑서 '완판'에 성공했다."

아파트멘터리 자체 PB '파츠' /사진=아파트멘터리 제공
아파트멘터리 자체 PB '파츠' /사진=아파트멘터리 제공

 

최근엔 셀프 리모델링이나 소규모의 시공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PB '파츠'를 선보였다. 파츠는 자재의 쓰임에 맞는 공간 전문가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단계에 참여한다. 소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필요한 양만큼의 제품을 구매해 직접 시공할 수 있다. 제품은 ▲바닥재(원목마루, 뉴스탠다드마루) ▲타일(포세린 타일, 체커보드 타일) ▲벽지(천연벽지) ▲다운라이트(스텐다드LED, 보울 LED, 크레이터LED) ▲중문(플레인, 그로브, 마레마일드, 매트릭스) 등이다.

"지금까지는 투명성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좀더 좋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재를 직접 유통하면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또 시공 과정 표준화를 통해 시공 기간을 최소화하고 인건비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량 발주를 통한 상승폭 완화, 자재 사용에 대한 로스율 최소화, 선주문을 통한 할인율 증대 등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가 보유한 다양한 자산을 기반으로 향후 5년 내 글로벌 시장을 이끌 리딩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우선 국내 시장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오프라인 직영 매장 '스포크'도 열었다. 도산 본점 이후 마포, 송도, 옥수에 이어 최근엔 잠실, 판교점도 냈다. 수천만원을 들이는 최대 소비 분야인 인테리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아파트멘터리는 오늘도 달린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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