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최근 몇년간 우리 일상에서 공간이 주는 의미가 크게 변했다. 주거비용 증가, 재택근무 확대 등 공간의 다변화를 정면으로 맞이했기 때문이다. 변화는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동시에 혁신을 수반한다. 공간의 변화로 우리는 어떤 혁신을 맞이하고 있을까. 이를 이끌고 있는 혁신 기업을 테크M이 소개한다.<편집자주>


"스마트폰, 전기차, 이커머스 등 기술을 통해 여러 산업이 발전했는데 딱 한 분야만 변화가 없었다. 내가 몸 담고 있던 '호텔' 산업이 그랬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의 말이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홍공지사에서 일한 이 대표는 호텔 산업의 약점을 간파했다. 디지털 전환(DX)이 미미하다는 것. 대다수 호텔은 예약 정보가 들어오면 팩스로 받아 직원이 자체 시스템에 수기로 기입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진=H2O호스피탈리티 제공
/사진=H2O호스피탈리티 제공

 

전세계 호텔 분야 운영체계를 바꾸는 기업. 이러한 비전으로 H2O호스피탈리티를 창업했다. 그리고 그 비전은 현실이 되고 있다. H2O호스피탈리티는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30개 주요 도시 호텔들의 운영 방식을 디지털 기술로 혁신하고 있다. 예약·객실 배정·관리까지 '원스톱' 관리를 해준다.


호텔 산업 '디지털 전환' 이끈다

아날로그 방식에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비효율적 운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호텔은 여행사와 온라인 플랫폼, 자체 웹사이트 등 판매 채널별로 예약받는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들쭉날쭉하게 예약 정보가 들어오면 직원이 이를 취합해 일일이 기입하는 식이다. H2O호스피탈리티는 판매채널관리시스템(CMS)과 예약관리시스템(PMS), 객실관리시스템(RMS), 현장관리시스템(FMS)을 한데 묶은 통합 호텔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보완했다.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과 예약 및 시설 관리를 비롯한 호텔 업무 전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담았다. 호텔에서 수기로 하던 작업을 전부 자동화해 생산성과 업무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H2O호스피탈리티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예약 정보 입력과 고객 선호에 따른 객실 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수십개에 달하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발생한 예약을 자동 관리하고, 투숙객이 스마트폰으로 받은 웹 링크로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 체크인·아웃을 할 수 있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

 

H2O호스피탈리티는 기존 업계의 낡은 방식을 깨부수며 효율과 매출을 끌어올려주는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호텔 운영의 꽃으로 통하는 매출 관리 분야도 데이터베이스(DB) 기반 자동화 구조로 바꿔 프로모션(계절별 행사)을 돕고, 숙박 시설 자체 다이렉트 부킹을 3배 이상 증가시켰다. 그간 호텔에서 이뤄지는 프로모션과 시기별 객단가 조정 등은 연차 높은 직원들의 노하우와 감 위주로 이뤄졌다. 판매 채널마다 행사 정보를 갱신하는 작업도 모두 수동이었다.

"H2O호스피탈리티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호텔은 최대 50% 이상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매출 향상도 최대 20%까지 기대할 수 있다. 프로모션 준비에 2일이 들었다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이를 2분 내에 끝낼 수 있다. 또 성수기 마진율 조정 등을 훨씬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이전엔 여행·레저산업이 워낙 호황이라 기존 방식을 바꾸려는 곳이 많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많은 호텔들이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위탁 운영이 많이 늘었다."

H2O호스피탈리티는 한국과 베트남·태국 등에서 총 1만5000개 이상의 객실을 위탁 운영 중이다. 판매 대행을 맡은 객실 수도 4만여 개에 달한다. 그중 도드라진 성과를 보이는 곳은 일본이다. 현재 H2O호스피탈리티는 일본 내 숙박 시설 8000여 곳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 전체 호텔 수가 1만여 곳,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 수는 3만8000여 곳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중이 상당하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 관리하는 시설이 연내 1만여 곳까지 늘 것으로 전했다. 


아시아 넘어 글로벌 1등 꿈꾼다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H2O호스피탈리티의 목표는 그 이상이다. 회사는 전 세계 대형 호텔들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글로벌 호텔관리시스템(PMS) 1위 기업인 '오라클호스피탈리티'로부터 자사 스마트 체크인과 도어록 시스템의 정식 연동을 승인받았다. 포시즌스와 하이엇·메리엇·인터콘티넨털을 비롯한 전 세계 4·5성급 호텔의 99%가 오라클호스피탈리티의 PMS인 '오페라'를 활용한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아직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다. 올해 초 베트남 프롭테크 스타트업 '리비'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비는 젊은 세대 취향에 맞는 공간 디자인과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숙박 서비스로 동남아 호텔 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베트남 호텔 네트워크 확장과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 진출이 궤도에 오르면 미국도 진출하고 싶다. 우리가 해오던 것을 그대로 들고 진출할 수 있을 거다."

/사진=H2O호스피탈리티 제공
/사진=H2O호스피탈리티 제공

 

물론 국내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는 지난해 인수한 공간재생 스타트업 '리플레이스'와 함께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리플레이스는 지자체와 손잡고 폐가 또는 빈집으로 방치했던 공간을 탈바꿈시켜 새로운 명소로 만든다. H2O호스피탈리티의 효율적인 디지털 운영 시스템과 리플레이스의 공간 개발 노하우를 결합한다면 관광 공간 창출, 로컬 콘텐츠 개발 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두 회사의 생각이다.

"2017년 일본 숙박 관리 업체 '호스포얼라이언스' 지분을 인수를 시작으로 영역을 넓혀오다 지금에 이르렀다. 리플레이스가 버려진 고택을 한옥스테이로 개조한 경북 문경의 화수헌은 연간 10만명이 다녀간다. 전세계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객실은 1만5000개가 넘는다. 호텔 산업이 어떤 산업보다 디지털 전환이 늦다. H2O호스피탈리티는 반드시 호텔업의 본질을 '디지털'로 바꿔내겠다. 마치 2G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기기변경을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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