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테크M
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테크M

요즘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무선 이어폰이 흔해져 신기할 것도 없지만, 2019년 '에어팟 프로'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꽤 충격적이었다. 더 이상 음악 볼륨을 끝까지 높이지 않아도 듣기 싫은 소음들을 거를 수 있게 됐다는 게 해방감을 줬다. 에어팟 프로가 이 기능을 최초로 탑재한 제품은 아니지만, 대중화시킨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3년 만에 등장한 2세대 에어팟 프로를 처음 착용했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이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는 게 더 어색할 정도로 이미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거리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끈 순간, 한꺼번에 쏟아지는 소음에 몸이 저절로 움찔했다. 노이즈 캔슬링이란 게 원래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막강한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노이즈 캔슬링, 이 정도였어?

노이즈 캔슬링은 인공적인 음파를 만들어 주변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로, 엔진 소음에 시달리던 항공기 파일럿들의 청력 보호를 위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오디오 전문회사인 보스, 소니 등에 의해 주로 헤드폰에 적용되다 최근에는 무선 이어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애플은 후발주자였지만, 마치 자신들의 기술인 양 포장하는 주특기를 발휘해 에어팟 프로를 노이즈 캔슬링 무선이어폰의 대표주자로 만들었다. 에어팟 프로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더불어 애플 특유의 디자인과 완성도, 연결성 등을 앞세워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테크M
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테크M

3년 만에 등장한 2세대 에어팟 프로는 외견 상으론 전작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케이스 하단에 비프음을 내는 스피커가 생겼고, 측면에는 줄을 매달 수 있는 구멍이 생긴 정도다. 하지만 안을 보면 전용 칩인 'H2' 를 탑재해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애플에 따르면 에어팟 프로 2세대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성능은 전작과 비교해 2배에 달한다. 2배라는 수치를 정확히 체감하긴 어렵지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껐을 때 역체감은 확실했다. 1세대 역시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준수한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음에도, 2세대 만큼 극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길을 걸을 때는 반드시 '적응형 주변음 허용' 모드로

에어팟 프로 2세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H2 칩이다. 무선 이어폰을 위한 독자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애플이 유일하다. 이 고성능 칩을 통해 에어팟 프로 2세대는 노이즈 캔슬링을 비롯한 제품 성능 전반을 업그레이드했다.

먼저 머리 움직임에 따라 입체적으로 소리를 들려주는 '공간음향'이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했다. 아이폰 카메라로 사용자의 머리와 귀의 크기, 모양을 입력하면 소리를 맞춤형으로 튜닝해 입체감을 높여준다. 실제 프로필을 생성해 애플뮤직으로 공간음향 음원을 들어보니 이 작은 이어폰으로도 헤드폰 수준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테크M
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테크M

이와 함께 주변음 허용 모드도 '적응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주변음을 그냥 흘려 보내는 게 아니라 H2 칩이 1초당 4만8000회의 진동을 처리, 너무 큰 소음이나 귀에 좋지 않은 소리는 걸러서 들려준다. 길을 걸을 때 나를 향한 경적음이나 달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등 위험 신호를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전이나 보행 시는 반드시 주변음 허용 모드가 필수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좋아진 만큼 위험한 상황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든 점이 나아졌다…가격만 빼고

에어팟 프로 2세대는 성능과 더불어 여러 편의 기능도 세세하게 개선했다. 특히 그동안 에어팟을 쓰면서 가장 불편했던 음량 조절이 드디어 가능해진 점이 반갑다. 콩나물 부위를 위 아래로 쓰다듬으면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고 애플워치 충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해진 점, 충전 케이스 스피커로 위치 파악이 가능해진 점, 아이폰 설정 메뉴에 에어팟 전용 섹션이 생긴 점 등도 유용한 변화다. 항상 그러하듯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애플tv 등과 스트레스 없이 자연스럽게 연동된다는 점도 여전히 큰 강점이다.

에어팟 프로를 쓰고 있는 데 당장 2세대로 갈아타야 할까? 아직 상태가 멀쩡하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어보인다. 에어팟 2세대 가격은 전작 보다 3만원 오른 35만9000원이다. 원래 비싼 데다 고환율 영향으로 가격 부담이 커진 점이 아쉽다. 그동안 시중에 대안이 많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성능적으로 보면 3만원 정도의 업그레이드는 충분히 했다. 구매한다면 앞으로 3년은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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