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와 빗썸을 필두로 출범한 국내 코인 거래소 동맹 'DAXA'가 위메이드의 퇴장을 명령했다. 'FTX' 붕괴에 이어 국내에서도 대마불사론이 깨진 것. 시가총액 합계만 수조원에 이르는 3곳의 위메이드 게임 상장사, 그리고 수만여명의 가상자산(코인) '위믹스' 투자자가 모두 울었다. 몇일새 투자유의종목 해제를 기대하며 위메이드를 연이어 담은 외국계 투자사들 또한 쓴맛을 봤다.
이는 국내 투자 시장의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사들도 쉽계 예단하지 못한 것이다. 원인을 차치하고, 위믹스 사태를 시작으로 국내 코인 시장의 새판짜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일단 국내 시장서 퇴출된 코인이 부활한 사례는 최근 4년새 전무하다. 업비트-빗썸이 내쫒은 코인을 '라이징 스타'로 다시 키워주는 사례도 찾기 어렵다. 당장 해외 특정 거래소 내 위믹스 상장폐지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출한 위메이드 저력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전망이 더 쉽지 않은 이유다.
룰이 없는 시장...미워도 '건물주의 룰' 따라야했다
코인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제대로된 룰이 없다. 각국 모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존재할 뿐, 사실상 투자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형편이다. 과세 정책 또한 완벽히 마련된 곳을 찾기가 어렵다. 이에 루나 사태를 시작으로 FTX 붕괴 등 전세계 자본 유동성을 흔드는 빅뉴스가 연이어 쏟아지는 형국이다.
그런데 지난 24일 DAXA는 2주간의 소명 기간을 거쳐, 위메이드 위믹스의 국내 시장 퇴출을 확정했다. 이는 업계 이해관계자를 비롯,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당장 위메이드 관련 상장사 3곳은 하한가를 맞았고 위믹스 시세는 전거래일 대비 70% 수준까지 폭락했다. 하루새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DAXA의 결정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이에 DAXA 측은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퇴출 명분과 관련,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는 논란이 된 유통량 불성실 공시를 비롯해 증명 과정에서의 신뢰 미회복,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위메이드 경영진의 대응 등이 적시됐다.
하루 뒤인 25일 오전 진행된 위메이드 미디어 간담회에서 장현국 대표는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장 대표는 유통량에 대한 시장의 법률적 기준이 없다는 점, 과정과 결과의 불투명성, 이를 불공정함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특히 장 대표는 줄곧 업비트를 거론하며 "모든 원인은 업비트의 갑질"이라 외쳤다. 룰이 없는 시장에서 업비트의 독선이 투자자의 피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비트는 발끈했다. 업비트 측은 "단독 결정이 아닌 코인 거래소 연합체 DAXA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4개사는 각사의 입장은 달랐지만, 상장폐지라는 최종 결정을 도출해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커뮤니티의 반응은 갈린다.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은 사실 언론과 업계가 아니다. 심지어 규제 당국도 아니다. 바로 웹 3.0이라 불리는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촉발됐다. IT 기술의 이해도가 높은 몇몇 투자자는 위메이드 위믹스의 이동경로를 분석하며 위메이드의 '코인 팔이'를 지적했다. 코인 투자자의 돈으로 건물을 사고, 사람을 뽑고, 사업을 키우는 만큼 기존 주식회사 '주주' 수준의 대접을 원했다.
하지만 게임 사업에 이해도가 깊은 '레거시 플레이어'는 코인을 사업의 일환으로 봤고, 룰이 없는 만큼 사업 확장에 더 주력했다. 그것이 코인 투자자들에게도 이로울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산업에 대한 지식이 옅은 1020세대 중심의 코인투자자는 이 역시 '기만 행위'로 인식했다. 이처럼 위메이드 위믹스의 유동화 이슈는 시장 내에서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다. 모두가 서로를 기만할 의사는, 적대시할 의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의 부족은 서로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웹 3.0 꿈꾸던 위메이드...진짜 '웹 3.0'에 당했다
위메이드 본체 및 관계사 주주, 그리고 위믹스를 직접 투자한 이들과 별개로 이날 결론에 대한 코인시장의 대체적 분위기는 "위메이드 역시 잘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잠시 꿈을 꿨다고 생각될 정도로, 머리를 차분하게 만드는 결정이었다"며 "국내 뿐 아니라 게임시장의 주도권을 쥔 해외 메이저 게임사들이 코인 발행에 보수적이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 대형 게임사 대비, 자금 여력이 크지 않았던 위메이드는 위믹스와 블록체인 사업 청사진을 통해 빠르게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 IT 주요 인재들을 빠르게 확충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았다. 판교의 비주류가 주류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위메이드의 과감한 속도전이 빛을 발했지만, 한편으로는 규제회색지대에서 기업들이 염려하는 부분까지 공격적으로 진입한 것 또한 사실이다. 룰이 없는 시장에서 위메이드 또한 다양한 변수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야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코인 투자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 부메랑이 됐다. 룰이 없는 시장에서, 주식시장과 비슷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룰이 없는 곳에서 위메이드 또한 잘려나갔다. 거래소의 '일방적 갑질'이라 규정했지만, 애초부터 룰이 없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덩치를 불린 것 또한 위메이드다. 웹 3.0를 꿈꾸다 웹 3.0에 당한 격이다.
위메이드가 아쉬운 투자업계 "코인판, 여의도 무혈입성 이어질 것"
DAXA의 결정은 규제 가이드라인과 입법안이 공표되지 않은 현 시점의 임시방편이다. 최소한의 자율규제로 기존 플레이어가 알아서 시장을 이끌어가라는 것이 당국의 생각이다. 아직은 '진흥'보다 '말썽'을 막는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에선 DAXA의 이번 결정 또한 금융당국과의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요 의사결정이 외부로 새나간 것 역시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게 시장의 대체적 분위기다.
위메이드 사태로 당장 국내 웹 3.0 게임시장은 찬바람을 맞게 됐다. 주요 기업 모두, 절대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있다. 바로 투자자 보호다. DAXA가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당국이 뒤로 숨은 것 역시 이유가 있다. 미국 역시 SEC와 CFTC 간의 규제 밥그릇 경쟁이 진행 중이고, 기존 월가와 실리콘밸리 간의 코인 권력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달러 생태계 내 '패스트 팔로워'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꾸려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분간은 DAXA가 모진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즉 공격적인 사업 팽창을 꾀하는 곳은 반드시 여론과 투자자 보호를 살펴야한다. 동시에 룰이 없는 자율규제 시장에서 적을 만들지 않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했다. 해외 대형 빅테크와 증권사 몇 곳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만용'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타 코인들 또한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코인 거래소는 이미 대응이 끝난 이슈다. 법에 호소할 수 없는 곳의, 쫒겨난 세입자가 건물주 비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선 위메이드를 동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룰이 없는 곳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그려놓고 진지하게 블록체인 사업을 이끌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필두로 여의도의 핵심 금융플레이어가 일제히 위메이드 편에 선 것 역시, 위메이드가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모두, 겁을 내고 뒤로 물러선 상황에서 위메이드는 도전정신을 외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내 주요 IT 기업의 혁신성은 빛이 바랠 공산이 커졌다. 규제회색지대에서 혁신 대신, 보신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된 증권형토큰 이슈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혁신 기업 대신 여의도 금융가가 무혈입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코인 거래소와 발행사 모두 혁신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이들이 그간 덩치를 불려 서로 칼을 맞대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이제 과실은 금융가 기득권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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