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서는 '천적' 관계가 팬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최강 선수로 등극했다 해도, 특정 선수에게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죠. 

e스포츠에서도 '천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선수나 팀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특히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진 선수나 팀을 유독 잘 잡아내는 '천적' 관계는 리그를 보는 또다른 재미를 주곤 했습니다.


명실공히 KRPL 최고의 선수 '런민기'

아직은 2년 밖에 되지 않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리그(KRPL)지만, 최고의 스타는 존재합니다. 이미 리그 시작 전부터 다양한 이벤트 리그를 통해 실력을 인정 받았고, 유튜브 활동으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유저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런민기' 민기가 그 주인공입니다.

'런민기' 민기/사진=중계화면
'런민기' 민기/사진=중계화면

'런민기'는 카트라이더 '황제' 문호준과 자주 비견되곤 했습니다.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했고, 자존심이 강해 지고는 못사는 승부욕이 비슷했고, 특유의 스타성까지 서로 판박이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런민기'는 KRPL 초대 리그부터 다음 시즌까지 2회 연속 개인전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단순히 인기만 많은 것이 아니라 실력까지 완벽히 갖춘, KRPL 최고의 스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팀전에서는 매번 준우승

누구도 '런민기'가 KRPL 최고의 스타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라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팀전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카트라이더 리그나 KRPL 모두 개인전 우승 경력만으로는 최고의 선수라 인정 받지 못합니다. 팀전 우승 경력이 있어야 비로소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런민기' 민기/사진=중계화면
'런민기' 민기/사진=중계화면

하지만 '런민기'는 이상하게도 팀전에서는 준우승만 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세번 연속 준우승이라는, e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개인전 2회 우승이라는 최고의 선수가 팀전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선수 때문이었습니다. '런민기'의 팀전 우승에 번번히 태클을 걸었던 선수, 바로 '쫑' 한종문 입니다.


'런민기'의 천적은 '쫑' 한종문

'런민기'가 옵티멀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리고 초대 대회에 출전했을 때 '쫑'은 '동이' 신동이 등과 함께 NTC 크리에이터 소속으로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쫑'은 에이스 결정전에서 '런민기'를 제압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NTC는 무패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팀에 등극했습니다.

2021년 시즌2에서 '런민기'는 레벨업지지의 후원을 받아 리그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NTC에게 발목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도 '런민기'는 에이스 결정전에서 '쫑'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락스게이밍 '쫑' 한종문/사진=넥슨
락스게이밍 '쫑' 한종문/사진=넥슨

2022년 시즌1은 조금 달라진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됐죠. NTC가 공중분해되면서 '쫑'은 '씰' 권민준 등 기존과 다른 선수들과 새롭게 팀을 꾸려 출전했습니다. 반면 '런민기'는 기존에 호흡을 맞추던 선수들과 리그에 참여했기에 이번에야 말로 '런민기'가 속한 게임코치가 우승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런민기'는 '쫑'에게 발목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쫑'은 결승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런민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3회 연속 팀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천적' 극복한 '런민기'의 간절함

'런민기' 입장에서는 '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질 것 같습니다. '런민기'에게 숙원과도 같은 팀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천적'인 '쫑'을 넘어서야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요. '런민기'는 2022 KRPL 시즌2 플레이오프에서 드디어 '천적' 극복에 성공했습니다. '런민기'가 속한 게임코치는 '쫑'이 속한 락스게이밍을 맞아 2대0으로 완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입니다.

게임코치/사진=넥슨
게임코치/사진=넥슨

중요한 순간, 천적 관계를 청산하는데 성공한 '런민기' 앞에 놓인 것은 이제 팀전 우승입니다. 이미 난적인 '쫑'을 플레이오프에서 물리쳤으니 남은 SGA 인천만 물리치면 꿈에도 그리는 팀전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겨우 천적을 극복한 '런민기'. 그는 팀전 우승을 향해 쉴새없이 달려왔습니다. 과연 그의 간절함이 천적을 넘어, 팀전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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