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가 오는 3월 31일 역사속으로 사라집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지식재산권(IP)으로 만든 카트라이더:드리프트(드리프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기존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습니다. 

카트라이더를 즐기던 게이머들에게도 천청병력과 같은 소식이었겠지만,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들에게는 더 충격적이지 않았을까요. 청춘을 바쳐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종목이 한순간에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다행히 후속작인 드리프트로 e스포츠 리그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존 최강이라 불리는 박인수와 이재혁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 같습니다.


박인수와 이재혁의 '평행이론'?

박인수와 이재혁은 묘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최고의 선수이고 문호준-유영혁 이후 카트라이더 리그(카트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등 다양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인재 감독으로 이어집니다. 박인수와 이재혁, 모두 박인재 감독이 키워낸 인재입니다. 박 감독은 만년 기대주였던 두 사람을 최고의 스타로 키워냈습니다.

이재혁(왼쪽)과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이재혁(왼쪽)과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더욱 신기한 것은 우승입니다. 이재혁은 개인전 우승만 4번 기록했는데, 팀전에서는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박인수는 팀전에서 무려 6번의 우승컵을들어 올렸지만, 개인전에서는 우승하지 못했죠.

인연을 넘어 '악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난 시즌이었죠. 사실상 마지막 카트리그였던 수퍼컵에서 이재혁은 박인수의 개인전 우승을 막았고, 박인수는 이재혁의 팀전 우승을 막았습니다. 

이렇듯 두 선수는 카트리그에서 '평행이론'처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레전드'로 등극한 박인수-이재혁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인연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마지막 리그인 수퍼컵을 끝내고 나서

직전 카트리그 팀전 우승자와 개인전 우승자를 만났으니, 당연히 소감을 물어봐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목이 메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리그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재혁/사진=이소라 기자
이재혁/사진=이소라 기자

이재혁=아무래도 개인전 결승 바로 전날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다보니 마음이 무겁긴 했죠. 하지만 마지막이니 꼭 우승하자는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박인수=팀전을 우승해서 너무나 다행이지만, 아쉬움이 컸죠. 차라리 처음부터 이 리그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렸다면 뭔가 지금처럼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마지막이기에 뭔가 더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재혁에게는 카트리그 팀전 마지막 우승 기회였고, 박인수에게는 개인전 마지막 우승 기회였을 수퍼컵.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재혁=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후회는 남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도 미련도 없었습니다. 울지 않고 홀가분하게 결승 무대를 떠났던 것도 그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박인수=개인전 결승이 끝난 뒤, 저는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웃음).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우승하고 싶었던 간절함이 컸어요. 하지만 간절함이 너무 커서 문제였나 싶기도 해요. 결과적으로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이것도 추억이죠.


야외 결승전을 꽉 채워준 관중들..."평생 못잊을 추억"

오랜 기간 카트리그에 몸담았던 두 선수인만큼 다양한 추억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자신이 우승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박인수=저는 야외 결승 무대가 너무나 기억에 남아요. 특히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는 카트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던 대회잖아요. 아직까지도 그때의 함성과 짜릿함은 소름이 돋는다니까요.

이재혁=화정 체육관에서 제가 우승했잖아요(웃음). 

박인수=진짜 그건 너무 부러워. 우승한 것 자체도 부럽지만, 그 무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알꺼에요. 진짜 평생 그런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재혁(왼쪽)과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이재혁(왼쪽)과 박인수/사진=이소라 기자

이재혁=저도 그 무대를 잊을 수 없어요. 그런데 다른 의미로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처음 우승이다보니 그 멋진 무대에서 세리머니를 너무 못했더라고요(웃음). 진짜 그 장면을 다시는 못봤어요(웃음).

박인수=너만 그런 것 아니야. 나도 그랬지 뭐. 처음은 다 어설픈 법이지. 그런데 이제는 카메라도 보이고,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아니까 촬영하시는 감독님도, 사진 촬영하는 기자님들도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웃음).

두 선수의 말이 맞습니다. 멋지게 트로피 키스를 해야 하는데 트로피를 잡지도 못했던 두 선수의 모습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나중에는 답답해서 두 선수 들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다음 날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 추억이 떠오르더군요.


카트리그 역사는 계속된다

이제 카트리그는 역사속으로 사라집니다. 우리는 다시 카트리그를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드리프트 리그로 선수들을 다시 만날 수는 있지만, 카트리그 무대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재혁=제 10대와 20대를 함께 했던 카트리그를 떠나보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지만, 새로운 친구를 맞이해야 해 설레기도 합니다. 카트리그 팬들이 그대로 드리프트 리그를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박인수=사실 아직도 아쉬운 마음이 커요. 제 나이가 (이)재혁이보다 많잫아요. 그래서인지 이별이 슬픕니다(웃음). 그동안 카트리그를 사랑해 주셨던 분들께 너무 감사 드립니다. 한편으로는 마지막을 장식한 프로게이머가 됐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네요. 

수퍼컵이 끝나고 오랜만에 푹 쉬엇다는 두 선수. 지난 12일 드리프트 출시 이후 5일이 마치 한달처럼 느껴질 정도로 게임에 몰두했다는 두 선수의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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