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방향키'를 잡을 차기 대표 후보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숏리스트 후보군에 대한 정치권발 '외풍'이 여전히 거센 가운데, 일각에서는 선임 '백지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KT 측은 당초 계획대로 선임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다시 차기 대표 선임을 미룰 경우 4월 한달간 '대표 공백' 상태에 따른 혼란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의 표 대결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벼랑 끝 내몰린 KT, 차기 대표 선임 '불투명'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오는 7일 숏리스트 후보 4인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종 대표 후보 1인을 추려내고 오는 29일~31일 중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면접 심사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 ▲신수정 현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부사장 ▲윤경림 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 ▲임헌문 전 KT Mass총괄 사장 등이다.
그러나 이들 중 최종 차기 대표 후보가 선출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 대통령실 또한 이같은 후보군을 두고 '쓴소리'를 뱉었기 때문이다.
앞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렸다"며 "내부 특정인들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내부든 외부든 'KT를 혁신할 수 있는 인재'를 국민이 바랐지만 후보 4명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며 "심사 기준이 전부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심사 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내부 인사가 유리했고, 이로 인해 외부 인사가 전부 탈락했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또한 "정부는 '기업 중심 시장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공정·투명한 거버넌스가 안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 해저드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개드는 '백지화' 시나리오 , 선 긋는 KT
이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KT가 재차 차기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압박이 거센 것은 물론, 새 대표 취임과 동시에 '사법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어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차기 대표 최종 후보가 선정돼 정기 주총까지 간다고 해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의 표 대결에서 밀릴 경우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구현모 대표 연임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차기 대표 후보 4인에 대해서는 별도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연일 압박을 받고 있는 KT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4인을 포기하고 후보를 재선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KT 새 대표가 선임된다고 해도 정부와 여당 기조가 여전하기 때문에 '식물 대표'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민간기업 대표 인선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정당한 지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던 KT 주식 약 550만주를 팔아치웠다는 점도 공분을 사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주식을 팔아 주가 폭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다만 KT는 당초 예정대로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구현모 대표, 윤경림 사장 등 사내이사와 표현명, 강충구, 여은정 사외 이사 임기가 3월로 끝나는 가운데, 처음부터 과정을 다시 밟을 경우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KT는 4월 한달을 대표없이 보내야 한다.
KT 정관에 따라 임시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또한 뚜렷한 해법은 아니다. 미등기 임원 중 1명을 법원 허락 하에 임시 대표로 세운다 해도 행정절차상 추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기업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기 대문이다. 특히 KT가 가열차게 추진하고 있는 '탈통신' 사업에 차질을 빚을 여지가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공백 사태가 실현될 경우 KT가 추진해온 인공지능(AI) 등 탈통신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는 과점사업이라는 측면이 존재하지만, 장기적 성장 측면에서는 시장에 맡겨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 대한 변경사항은 없다"며 "현재는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에 의한 반대표가 더 많다면 다시해야겠지만 현재는 변동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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