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경기가 끝나기 15분 전까지만 해도 이재혁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재혁은 우승을 차지하며 개인전 최강자의 면모를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이재혁은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비타500 콜로세움에서 진행된 2023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KDL) 개인전 결승에서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극적으로 2인전에 진출, 2인전에서는 '닐'을 3대0으로 완파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재혁이 "이번 개인전 결승전은 정말 1도 기대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 폼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꼈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팀전이나 개인전에서 승승장구하던 것과 달리 저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폼이 많이 떨어져서 최근에 연습할 때도 1위를 잘 하지 못했고요.
아니나 다를까 개인전 결승 첫 트랙부터 최하위로 들어가 통합 점수 -1점이라는, 부끄러운 점수도 받았잖아요. 기대가 없었는데 첫 트랙부터 그런 상황이다 보니 더 기대가 없어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문호준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개인전 우승 횟수를 가진 이재혁이었기에, 계속 최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스스로에게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기대를 안했는데 진짜 경기가 안풀리고, 개인적으로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화가 나더라고요. 물론 폼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하위권은 아닐텐데 말이에요. 그 화가 저를 바꿔 놓은 것 같아요."
'닐'이 50점을 넘었을 때도 15점에 머물러 있었던 이재혁이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은 그즈음 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이재혁은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시켰고, 3연속 1위라는 놀라운 주행을 보여줬습니다.
"3연속 1위를 하면서 상위권으로 올라오게 되고, 그러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박인수 선수와 2위 싸움을 치열하게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승자 모드가 발동됐던 것 같아요.
우승도 해본 놈이 하고, 우승자는 하늘에서 낸다고들 하잖아요. 이상하게 그때부터 길이 열리고, 우승컵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운이 따라주면서 가까스로 2위를 기록했고, 붙고 싶었던 '닐'과 결승에서 맞붙게 돼 기뻤습니다."
이재혁은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준우승을 안겼던 '닐'에게 복수만을 꿈꿨습니다. 이번 시즌에서도 인터뷰 때마다 '닐'을 언급하기도 했죠. 그리고 결국 '닐'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기쁘기도 하고,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해요. 상대가 '닐'이라 제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닐'이 긴장도 많이 하고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는 것을 알기에 꼭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달려가 '꼬옥' 안아줬죠(웃음)."
이재혁은 바로 다음 날인 14일, 팀전 결승에 임합니다. 상대는 이재혁의 소속팀인 광동 프릭스에 준우승을 계속 안겼던 리브 샌드박스입니다.
"오늘 제가 '닐'과 박인수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잖아요. 이 운이 팀전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늘만큼만 하면 내일 우승은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응원해 주신 팬들 감사드리고, 내일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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