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디다컴퍼니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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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플랫폼을 규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관련 기업의 투자·채용 위축과 소비자 후생 퇴보로 이어지는 만큼 산업 육성 지원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를 참조한 사전규제 방식의 법 제정이 거론되면서 학계와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20개 가까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만간 플랫폼 규제의 주요 방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전문가 "유럽식 사전규제, 일괄 적용 안돼"

크로스토퍼 유 펜실베니아대 로스쿨 교수는 "구글과 아마존이 서로 다른 수익모델을 지닌 것처럼 플랫폼 사업자들은 각각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질적으로 다른 기업들을 하나로 묶어 경쟁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U는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인 DMA를 도입해 내년 3월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DMA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따로 지정해 자사 서비스 우대 정책이나 특정 결제 시스템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시정 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인수·합병(M&A)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사전규제 법이다.

기우세페 콜란젤로 바질리카타 대학교 교수는 DMA식 사전규제가 산업 혁신을 저해하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삼성' 또한 게이트키퍼 플랫폼 기업으로 DMA의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삼성 인터넷'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도 "DMA가 시장 경쟁과 플랫폼 혁신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은 분명 소비자 복지든 경제적인 안녕 등을 가져다주는 혁신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도 자유로운 기업 연합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부유한 경제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해외 빅테크와 경쟁하는 네이버·카카오 규제 우려

국내 플랫폼 업계는 과도한 규제안이 도입되면 네이버, 카카오 등 해외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혁신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도 빅테크 규제를 자국 우선주의로 전환하고 있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불공정 반칙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 플랫폼 특수성을 이유로 함부로 규제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흘렀는데, 지금은 플랫폼이 특수하니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한다"며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유의미한 경쟁 사업자가 존재하는, 경쟁성을 확보한 유일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플랫폼 규제 전 자국 내 경쟁력 있는 사업자(네이버·카카오) 유무, 기술 혁신 여부 등을 모두 따져야 한다"며 "구글이 내수 시장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데, 규제가 이뤄질 이 경우 100m 달리기하던 한국 플랫폼들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경주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1위지만 구글·유튜브와 비교하면 대등하거나 밀리고 있다"며 "경쟁 상황이 다른 우리나라에 DMA를 적용해선 안된다"고 했다. 박성호 인기협 회장은 "온플법은 플랫폼, 인공지능(AI), 디지털 생태계를 죽일 수 있는 대표적 '킬러규제'"라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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