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사흘간 먹통이 됐던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듭되는 국가전산망 마비는 특정 정부의 잘못보다는 2004년 전자정부 도입 이래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문제의 결과"라며 "국가기관 전산망의 경우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 참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는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3년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으로 정부는 중견·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해선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올해 3월 법원 전산망 마비, 6월 4세대 초중고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개통 오류,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와 같이 중소업체가 구축한 공공전산망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전산망 구축 경험이 많은 대기업을 배제하고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에게 사업을 나눠주는 '쪼개기 발주'가 남발하는 상황이 이 같은 공공전산망 먹통 사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스템 각 영역별로 참여 업체가 분산되다보니 전산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교정이 어렵고, 위기 시 대응능력도 떨어진다는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

현재 정부는 신기술 활용 분야 등에 한해 중소·중견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린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뒀지만, 고질적인 예산 후려치기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사고 시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 탓에 대기업들이 진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LG CNS의 경우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 오류로 국정감사에 불려나가는 등 곤욕을 치뤘지만, 사업 지연에 따른 계약 기간 연장과 예산 증액 등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남은 사업을 포기하는 수순에 이르기도 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거쳐 제도 개선안을 조율해왔다. 다만 대기업 입장에선 사업 비용 현실화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여전히 공공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며, 대기업 독식을 우려하는 중소기업의 반발도 거세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원내대표는 "그동안 공공전산망 마비가 몇 차례 일어나면서 현재는 국가안보와 신기술 분야에서 대기업 참여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며 "안보가 문제 될 때 대기업·중소기업을 따져서는 안 된다. 행정전산망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것이므로 이제는 여야 공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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