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프랜차이즈 한다고 갑자기 돈 벌 수 없는 구조
#장미빛 전망 제시했던 LCK, 뚜껑 열어보니 '기대 이하'
#최고의 리그 만든 게임단과 LCK 빠른 소통이 '정답'
"프랜차이즈가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20년 동안 돈을 버는 산업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돈을 버는 산업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아요. LCK 리그법인이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충해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지난 2020년, 라이엇 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프랜차이즈로 만들겠다는 발표가 있은 뒤 한 게임단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이 관계자의 말은 현실이 됐습니다. LCK에 참여하고 있는 10개 게임단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리그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했지만 누적 적자만 1000억원"이라며 "LCK 리그법인에 적극적인 대화 및 지속가능한 리그를 위한 개선 방안을 이야기해 달라"고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죠.
불안한 상황에서 시작된 프랜차이즈
LCK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 리그입니다. 뷰어십과 티켓파워 그리고 선수들의 실력까지 모든 것이 최상입니다.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한다면, LCK를 비롯해 여기에 참여하는 팀들 역시 매출이 잘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죠.
하지만 LCK 프랜차이즈 10개 게임단의 지난 3년간 누적된 적자는 1000억원이 넘습니다. 투자 대비 돈을 전혀 벌지 못하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을 보유한 T1 역시 2022년 166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e스포츠를 운영하는 게임단은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대기업에서도 e스포츠 게임단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마케팅 및 투자의 개념으로 게임단을 운영해왔습니다.
리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티켓을 구매해 경기를 관람하는 문화가 장착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리그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모델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죠. 대부분 게임사가 돈을 투자해야지만 리그가 운영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즉, e스포츠는 돈을 버는 산업이 아니라 돈을 쓰는 산업이었습니다. 사실상 산업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굉장히 불안한 현실 속에서 프랜차이즈가 시작됐습니다.
불안한 상황에서 게임단은 왜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나
20년 동안 e스포츠 리그와 게임단이 자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왔지만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죠.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게임사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스포츠가 스포츠로 도약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야구단이 야구를 수단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단이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경우 게임사의 IP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즉, 게임사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e스포츠 리그도, 게임단도 성장할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인 셈이죠. 게임사 의지가 없다면 e스포츠라는 산업 자체는 아예 사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스포츠 산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결국 IP를 가진 게임사입니다.
10개 게임단 역시 이런 구조를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구조였기에 그들은 LCK 프랜차이즈 팀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가 누구보다 e스포츠에 적극적이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라며 "게임사의 의지가 중요한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 게임사가 저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누구라도 장미빛 미래를 꿈 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는 프랜차이즈를 모집할 때 다양한 루트로 자신들의 비전을 전했습니다. 게임단과 함께 성장하자는 뚜렷한 목표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고민도 대화도 부족했던 LCK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것이라고 팀들을 설득했던 LCK 리그법인은 프랜차이즈 3년이 지난 현재,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한 모습입니다. 게임단 관계자에 따르면 LCK 리그는 날로 성장해가고 있는 반면 팀에 돌아오는 분담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리그 발전을 위해 선수들은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여줬고 게임단은 선수 확보 및 팬서비스 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해 달려왔는데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힘이 빠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LCK 리그법인과 지속적인 이야기를 나눴지만 매번 원칙적인 이야기만 되풀이됐다"며 "나중에는 그런 소통조차도 원할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리그 활성화를 위해 게임단과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고 매출을 올리는 것은 LCK 리그법인의 몫일 것입니다. 현재 LCK는 성적, 위상 인기 등 모든 부분에서 정점을 찍었지만 매출만 그대로입니다. LCK 리그법인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발로란트로 넘어간 무게추? 게임단은 불안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단이 공식적으로 이같은 입장문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라이엇게임즈가 새롭게 론칭한 발로란트 리그에 역량을 쏟아 붓고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에는 투자금액을 줄여가고 있다는 불안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실제로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에 투자금이 줄어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LCK에 문의했지만 당장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도 2023년 지출내역을 통합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게임단은 라이엇 게임즈를 믿고 프랜차이즈를 시작했습니다. 게임단이 LCK가 초반부터 흑자를 내고, 승승장구할 것이라 기대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당연히 자리잡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해 게임단도 기다렸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리그에 집중 투자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서 게임단의 실망이 컸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시간 끌지 말고 빠르게 만나야"
이 모든 것이 서로 소통이 부족해 생겨난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에 투자하는 금액이 줄어들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번 사태로 확실히 드러난 것은 게임단이 LCK 리그법인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LCK 리그법인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중"이라는 답변 이외에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관계도 확인해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할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에 성실하게 임하려는 태도"라며 "시간을 끌수록 오해가 쌓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서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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