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비트코인은 각각 전통금융·대체자산시장에서 '혁신의 끝판왕'으로 묘사돼
ETF에 비트코인을 실으면 가장 혁신적인 비히클에 잠재력이 큰 자산을 태운 격
금융·자본시장의 역사는 비히클의 진화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임동민 님 / 캐리커처=디미닛
임동민 님 / 캐리커처=디미닛

2024년 1월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으로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됐습니다.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로 대량 자금유입이 전개되고 있고, 비트코인을 위시한 크립토 시장의 강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4회에 걸쳐 전해 드리겠습니다. ETF나 비트코인은 각각 전통금융시장, 대체자산시장에서 혁신의 끝판왕으로 묘사되는데요, 이번에는 이 둘이 결합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지 진단하고 조망해 보겠습니다.

우선 비트코인과 ETF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2009년 가을, 익명의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는 크립토 펑크와 암호학자 및 컴퓨터 프로그래머 집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비트코인을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없는 완전한 개인간 거래방식의 새로운 전자화폐 시스템"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다소 좀 어려운 느낌입니다. 좀 더 쉽게 "내가 가진 현금을 다른 누군가에게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풀어보았습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과 암호화 및 컴퓨팅 기술을 통해 개인간 전자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이러한 특성이 법정명목 화폐에 대한 가치저장 기능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대안적인 투자자산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비트코인의 달러표시 가격은 2009년 제로에서 시작해 2021년 6만달러를 넘었다가, 2022~2023년 2만달러 아래로 하락한 이후, 2024년 현재 5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현재까지 비트코인은 놀라운 가격 변동성을 보이면서도 장기적으로 놀라운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자체가 투자자산으로는 혁신적입니다. 특히 비트코인은 전세계적으로 365일, 24시간 내내 거래됩니다. 이 또한 이전의 투자자산에서는 볼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비트코인, 화폐성·상품성·증권성을 모두 내포할 수 있는 자산

또한 비트코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거래기록을 검증·합의·확정하는 '채굴'이라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컴퓨팅파워와 전기라는 자원이 투여됩니다. 채굴자들은 10분 동안 발행되는 비트코인과 거래 수수료의 합에 대해 자원을 투여한만큼 보상으로 취득합니다. 즉 비트코인 생산원가가 발생하고,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총자산수익률(ROA)이 결정됩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채굴에 투자할 수도 있고, 거래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매매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비트코인은 시스템의 변경과 업그레이드를 전개하는 소프트포크와 블록체인의 분기가 선택되는 하드포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가치가 발현되게 되는데, 이는 재무적 수익 이외에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로 인해 형성되는 가치가 재조명됐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비트코인은 화폐성·상품성·증권성을 모두 내포할 수 있는 자산이며, 비트코인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개발업과 제조업 및 금융서비스업 등 산업적 환경을 모두 반영합니다. 또한 재무적 수익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가치 등 무형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됐습니다. 물론 이로 인해 투기적 요인이 발생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ETF, 가장 진화된 형태의 금융 및 자본시장 비히클

ETF란 1개 이상의 실물자산의 포트폴리오로 지수를 구성하고 이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펀드를 말합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개별주가 아닌 인덱스 펀드를 보다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이점이 ETF가 가져온 혁신입니다. ETF를 통해 투자자들은 각기 전략적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각자 전술적으로 투자하고 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ETF는 현재로서는 가장 진화된 형태의 금융 및 자본시장의 비히클(vehicle)입니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역사는 이러한 비히클의 진화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예금, 대출과 보험, 주식과 채권,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인덱스 펀드·파생금융상품 등이 바로 대표적인 비히클의 진화입니다. ETF는 모든 자산을 기초로 해서 포트폴리오와 인덱스를 전략적으로 구축하고 전술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비히클입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이전에 볼 수 없었고 단순하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복합적인 경제활동과 제도권-비제도권 금융시장의 상호관계가 작용하는 기술이자 자산입니다. 어찌보면 미완성이고 불안해 보이지만, 전통적인 금융기술이나 자금조달로는 불가능한 경제활동과 가치를 실현시킬 잠재력이 있습니다. 가장 혁신적인 비히클에 잠재력이 큰 자산을 태운 격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다음 편에서는 ETF가 크립토를 싣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 조망해 보겠습니다.

<2편에 계속>

글=임동민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임동민 님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와 KB투자증권,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지금은 독립적인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경험하고, 실물경제를 분석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전망을 제시해 왔다. 전통적인 실물경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 및 포용금융, ESG 투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등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인디이콘의 경제M'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미래 경제를 내다보는 독립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시선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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