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자본금융시장 측면에서 화폐성·상품성·증권성 모두 내포해
채굴·장외시장·가상자산거래소·증권거래소에서 시세 형성…자본시장에 전례 없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및 크립토를 위시한 가치생태계에 필요한 자금조달 전개될 것

임동민 님 / 캐리커처=디미닛
임동민 님 / 캐리커처=디미닛

<1편에 이어>

지난 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으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이후 대량 자금유입이 전개됐습니다. 비트코인은 현재 8000만원을 넘어 2021년 11월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하며, 비트코인을 위시한 크립토 시장의 강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TF나 비트코인은 각각 전통금융시장, 대체자산시장에서 혁신의 끝판왕으로 묘사되는데요, 지난 칼럼에는 이 둘이 결합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지 진단하고 조망해 보겠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는 가장 혁신적인 금융 비히클(vehicle)에 가장 잠재력이 높은 자산을 태운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비트코인은 여러모의 잠재력이 있는데, 자본금융시장의 측면에서는 화폐성·상품성·증권성을 모두 내포합니다. 즉 경제활동과 금융시장에서 변화 무쌍한 기능을 제공할 잠재력이 있는 것입니다. ETF라는 고성능과 안전함을 갖춘 금융 비히클에 비트코인이라는 변화 무쌍하고 잠재력이 높은 자산이 탑승했으니, 어떤 상호작용이 있을 지, 종착지는 어떨 지에 대한 기대도 다양해 집니다.

특히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의 조달과 유통, 자산가치 평가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하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장외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거래-크립토 장내 유통시장-전통적인 장내 시장(ETF)에서 원가와 거래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상호작용하게 되는 최초의 사례가 된 것입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취득하고, 거래할 수 있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가 됐습니다.


비트코인을 취득·거래할 수 있는 네 가지 방식 

첫째, 장비를 갖춰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식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장비의 주요 요소는 하드웨어(마더보드와 그래픽카드)와 이를 가동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드웨어와 전력공급, 환기·청정, 냉각 솔루션 설비와 이를 운영할 인력 등으로 이뤄집니다. 필요요구 사항에 맞게 투자하고 관리해서 채굴하면, 매 10분당 발행되는 비트코인(현재는 6.25BTC, 올해 4~5월 3.125BTC로 감소)과 수수료 합계를 채굴에 투여한 생산요소 배분대로 수취하게 됩니다. 

이것은 비트코인 경제에 있어 제조업의 생산과 이윤의 원리가 작용하는 원리이고, 상품성 자산의 특징을 갖게 합니다. 비트코인 채굴원가를 낮출수록, 혹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수록 비트코인 채굴의 채산성이 향상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도 향상될 것입니다. 비트코인 채굴 관련 밸류체인의 가치평가도 개선될 것입니다. 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의 상품적인 가치의 향상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둘째, 장외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방식입니다. 전자월렛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간 거래에 비트코인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비트코인 초기에 중간자 없이도 국경간 이체, 기부 및 후원, 마이크로페이먼트와 소액 자본주의 펀딩 등 탈중앙화 방식의 통화 시스템과 지불 서비스를 가능케 했습니다. 은행계좌를 소유할 수 없는 중동의 소녀들이 쓰는 블로그에 경제적 보상을 주고, 미국·유럽 등의 이주 노동자들이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송금하고, 재난이나 전쟁 가운데, 구호품을 조달할 자금을 기부, 후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트코인 경제에 있어, 교환의 매개 원리가 작용하는 원리이고, 화폐성 자산의 특징을 갖게 합니다.  

이 때 비트코인 가격의 협상은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결정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상승하고 있다면, 프리미엄을 얹을 것이고, 비트코인이 하락하고 있다면, 디스카운트를 적용해 가격을 매길 것입니다. 교환의 대상이 되는 재화나 서비스 혹은 기부나 후원의 가치평가에 있어 교환의 매개가 되는 화폐(여기서는 비트코인)의 가격의 변동도 반영되게 됩니다. 이른바 화폐도 하나의 상품으로 작용하게 되는 특징이 발현되는 것인데, 마치 현실 경제에서 국경간 결제를 할 때, 환율변동을 고려하는 경로와 유사합니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거래가 많아질수록 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의 화폐적인 가치의 향상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ETF, 증권시장 상장돼 비트코인 쉽게 거래할 수 있어

셋째, 가상자산 유통거래 시장에서 매매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의 코인베이스, 한국의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각국 금융정책과 제도 및 규제를 충족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또는 탈중앙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중화된 투자시장의 형성은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인데,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더욱 활발한 투자자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 자금시장에서 참여하게 됩니다. 유통시장에서 내재적 가치투자자, 미래적 성장투자자, 단기 및 장기 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각각의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자산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실제 경제와 재무활동(생산과 소비, 매출과 이윤, 투자와 유보, 배당과 소각 등)에 결정되고 실행됩니다. 

주식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고, 경영성과를 공개해, 가치평가되는 메커니즘이 주식시장이라면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가치평가되는 메커니즘이 바로 가상자산시장이겠지요. 물론 비트코인을 위시한 크립토로 자금을 조달하고 유통해서 경영성과를 공개하고 가치평가를 필요로 하는 생태계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트코인 경제에 있어 비즈니스와 투자흐름이 작용하는 원리이고, 증권성 자산의 특징을 갖게 합니다. 비트코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경제활동이 풍부해지고 지속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의 증권적인 가치의 향성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넷째, 미국 자본시장에서 ETF를 통해 매매하는 방식입니다.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그레이스케일, 블랙록, 피델리티, 아크, 비트와이즈 등 11개 운용사가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서도 비트코인을 매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서 채굴·장외시장·가상자산 거래소 등에서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투자자는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비트코인의 상품성·화폐성·증권성 자산으로써 확장에 동의하지만 사실상 존재하는 투자장벽으로 인해 누구나 투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ETF라는 가장 혁신적인 비히클이 증권시장에 상장돼 누구나 비트코인을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로 대변되는 전문적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비로소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비트코인에 대한 가치평가가 보다 광범위하게, 안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금조달-경제활동-가치평가가 가장 긴밀하게 반영된 사례는 역시 주식시장일 것입니다.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의 조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기자분의 비율, 즉 지분을 증권거래 시장에 상장합니다. 기업활동을 통해 매출과 수익을 발생시키고, 투자와 유보를 결정하고, 이자와 배당으로 수익을 배분합니다. 그리고 경영 및 재무성과를 공개하고, 보유자산에 대한 장부가치-현재가치-미래가치에 대한 평가를 시장에서 받습니다. 


21세기 들어 드러난 주식회사와 주식시장의 한계

그리고 이것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자산을 소각할 때의 가치평가 기준이 됩니다. 이 메커니즘이 바로 20세기 이후 인류의 부를 번영시킨 기폭제로 작용해 왔습니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자본주의와 주식회사는 투자 비히클의 혁신으로 더욱 크게 성장했습니다. 주식형 펀드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나타나면서 광범위한 투자를 받고, 더 큰 수익과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나타났습니다. 좋은 기업들과 포트폴리오 투자를 더욱 용이하게 하는 ETF는 이러한 양상을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러한 주식회사와 주식시장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세계 인류의 국경간 거래가 늘어나고, 자본주의와 통화-금융 시스템 외에 경제활동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현재 분리된 자금시장(상품·화폐·증권 등) 여건은 점점 더 경제활동과 가치평가 및 자금조달의 괴리를 낳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견조한 강세장과 괴리된 시장이 많습니다. 미국 우량주들에 대한 가치평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그 이외 경제 생태계는 자금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지요. 이른바 돈맥경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이제 비트코인은 채굴, 장외시장, 가상자산거래소, 전통적인 증권거래소에서 모두 시세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현재까지 자본시장 영역에서 한 번도 나타난 일이 없습니다. 곡식과 금속, 원유와 반도체, 금과 달러,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이제까지 기초자산이 됐던 사례는 각기 상품·화폐·자본·자산시장에서 자금조달과 경제활동 및 가치평가가 반영됐지만, 이 모든 시장이 상호작용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투여하는 채굴, 그리고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장외시장의 가치교환, 적극적인 투자자들의 가상자산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거래, 그리고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클래스의 자산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투자자들의 거래에서 형성되는 시세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저는 보다 효율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및 크립토를 위시한 가치생태계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전개될 것 같습니다. 함께 흥미롭게 지켜보시죠.

<3편에 계속>

글=임동민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임동민 님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와 KB투자증권,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지금은 독립적인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경험하고, 실물경제를 분석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전망을 제시해 왔다. 전통적인 실물경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 및 포용금융, ESG 투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등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인디이콘의 경제M'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미래 경제를 내다보는 독립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시선을 전할 예정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