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분명한 위험이 아닐 수 없는 재정적자와 고금리 부담
美 의회예산국, 현 고금리 여건 이어지면 재정적자 대폭 증가할 것
2030년 공공부채·재정적자·이자지출 상승의 스노우볼 효과 본격화

임동민 님 / 캐리커쳐=디미닛
임동민 님 / 캐리커쳐=디미닛

지난 20세기는 미국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발발한 1~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으로 참전해 모두 승전한 미국은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명실상부한 패권국이 됐습니다. 21세기가 되면서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차례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상당기간 미국 중심의 패권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데,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힘 때문입니다.
 
전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충격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기업들은 강한 고용과 좋은 실적을 내고 있고, 미국의 주식시장은 역사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가계 역시 전반적으로 부채위험이 낮고, 양호한 소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에 취약성과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미국 경제에 분명한 위험이 아닐 수 없는 재정적자와 고금리 부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제전망기관,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전세계 경제 연착륙할 것

최근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적 최고치 부근에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전망 기관들은 미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을 재평가하면서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전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걱정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 의회예산국(CBO)에서 한 가지 걱정을 발표했습니다. 현재와 같이 고금리 여건이 이어지면 향후 재정적자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2024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580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10년 후 재정적자 2조6000억 달러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기본적으로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집행하고 있습니다. 즉 재정수입보다 더 큰 규모로 재정지출을 합니다. 걷는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경향은 2016~2020년 트럼프 정부, 2020년~현재 바이든 정부에서 강해졌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감세를 통해, 바이든 정부에서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서입니다.


점차 약화돼 가는 공공부채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 건전성

다만 재정수입보다 재정지출이 큰 살림살이는 부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금리가 낮으면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금리가 높으면 이자부담은 증가합니다. 만약 경제성장이 부진해 재정수입이 감소하게 되면 부채를 더 늘려야 하는데, 금리가 높다면 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더욱 가중돼 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장기적인 살림살이를 챙겨야 하는 CBO에서 2024년 잘 나가는 미국 경제에 대해 고금리와 재정적자 증가 우려를 표출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미국 CBO에서 관련 데이터를 내려 받아 연방정부의 장기적인 공공재정과 재정수지 추이를 살펴봅시다. 미국 연방정부 공공부채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 건전성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 각각 한 단계씩 약화된 이후, 2030년 이후에는 취약성이 만성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자료 : 미국 의회예산국(CBO)
자료 : 미국 의회예산국(CBO)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28조2000억 달러에서 2030년 35조70000억 달러를 지나 2054년 85조2000억 달러로 증가를 예상합니다. 미국의 공공부채는 2024년 27조9000억 달러에서 2030년 38조9000억 달러를 지나 2054년 146조3000억 달러로 증가가 예상됩니다. 미국의 공공부채 비율은 2024년 99%에서 2030년 108.7%를 지나 2054년 171.7%로 상승하게 됩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4년 1조58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9200억 달러를 지나 2054년 7조75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미국 재정지출에서 이자로 지출하는 규모는 2024년 87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2400억 달러를 지나 2054년 5조53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명목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24년 5.6%에서 2030년 5.4%를 지나 2054년 9.1%로 상승하게 됩니다.

2024~2025년 미국 공공부채 비율이 100%를 넘게 되고, 2030년 공공부채 증가속도가 명목GDP 성장속도 대비 가속돼 2054년에 이르게 되면 공공부채와 재정적자 비율이 무려 170%, 9%를 각각 넘게 되는 결과가 예견됩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추세와 수치입니다.

하나의 데이터 세트와 차트를 살펴보면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미국의 명목GDP 대비 재정지출 중에서 이자지급 비중은 2024년 3.1%에서 2030년 3.5%를 지나, 2054년 6.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리인상과 금리상승이 시작된 2022년부터 미국의 이자지출 비중의 상승이 시작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30년 정도가 되면 미국의 공공부채, 재정적자, 이자지출 상승의 스노우볼 효과가 본격화됩니다. 이것이 2024년초 잘 나가는 미국 경제에 대한 인디이콘의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자료 : 미국 의회예산국(CBO)
자료 : 미국 의회예산국(CBO)

글=임동민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임동민 님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와 KB투자증권,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지금은 독립적인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경험하고, 실물경제를 분석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전망을 제시해 왔다. 전통적인 실물경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 및 포용금융, ESG 투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등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인디이콘의 경제M'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미래 경제를 내다보는 독립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시선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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