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제조사가 가계 통신비 논의가 나오면 한발 뒤로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통신비 논의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한 상태에서 단말기 가격만 올렸다는 것. 통신비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말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원금이나 장려금 경쟁 등 소모적인 경쟁보다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리나라 통신비 수준 바로알기 토론회: 현황과 제언'에서 김용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말기 제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재 교수는 "제조사도 시장 주체인데 통신비 절감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우리는 몰라요' 라며 뒤로 빠져 있다"며 "시장 효율화를 고민하는 와중에 제조사는 단말기 가격을 올린 것 말곤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말기 제조사들이 안일한 자세로 일관했다는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실제로 24개월을 기준으로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가격을 합친 결과, 대부분의 경우에서 단말기 가격 비중이 전체 통신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4개월 기준 20GB 데이터 요금제에 갤럭시 S24 울트라 256GB 단말 구매 시 통신비를 비교한 결과, 이통사 단말 지원금 할인을 가입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경우에서 단말기 가격이 총 통신비의 60% 내외를 차지했다.
'이통사 선택약정할인 가입'을 선택할 경우 총 274만원 중 약 170만원이 단말기 비용으로 나타났다. 또 '자급제 단말 구입 후 이통사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면 총 통신비 252만원 중 약 148만원이 단말기 비용이다.
이에 김용재 교수는 단말기 유통 채널 간 경쟁을 강조했다. 그는 "단통법이 10년 이상 이어졌는데,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에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단통법을 단말기 지원금 공시제도라고 불러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단통법 폐지가 경쟁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지만 지원금이나 장려금 경쟁만 있다면 소모적일 수 밖에 없다"며 "유통망을 통한 판매, 오픈 마켓 판매, 제조사 자체 판매 등 판매 채널 경쟁이 온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단통법 폐지는 폐지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되며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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