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 2주 만에 첫 'AI 수석'을 발표했다. 민간에서 '소버린 AI' 전문가로 활약해 온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이 그 주인공이다. 미·중 AI 패권 다툼 속 '제3의 길'로 꼽히는 소버린 AI 역량 확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AI 일류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소버린 AI, 'AI 강국' 향한 도움닫기
소버린 AI는 자국 문화와 언어 등을 반영한 데이터·인프라를 활용해 개발한 AI 기술을 말한다. 자체적으로 개발·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AI 주권, 데이터 주권으로 연결된다. 이번 하정우 AI 수석 임명을 통해 정부는 소버린 AI를 국가 AI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선 브리핑을 통해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은 소버린 AI를 앞장서 제안하고 이끄는 인사로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성과를 공유하는 AI 선순환 성장 전략을 강조한 AI 전문가"라며 "AI 3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민간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겨 AI 국가 경쟁력을 빠르게 향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이 AI 기술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이러한 소버린AI는 독립적인 AI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급부상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세우며 자국 빅테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시켰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 2월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인 '딥시크'를 선보이며 국내외에 파장을 일으켰다. 딥시크에 따르면 AI 모델 'R1'은 오픈AI의 'o1' 모델보다 개발비가 18 분의 1에 불과하며 미국이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사양의 AI칩으로 고품질의 성능을 보였다. 이는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정책인 '중국제조 2025' 아래 풍부한 인프라와 인재 덕분에 거둔 성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AI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의 AI 기술 역량은 세계 6위 수준이고 AI 인재 역량도 10위권에 드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한국의 AI 활용도는 2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인재 면에서도 최근 고급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도 없지 않다"며 "정책·제도 환경과 관련된 지수는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력과 인프라에 있어 뒤쳐진 우리나라의 경우 소버린AI가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자국의 문화 맥락을 반영하는 AI 모델로 AI 주권을 지킬 뿐더러 빅테크와의 서비스와도 차별점을 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생성형 AI의 이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무리 해외 기업이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시킨다고 하더라도 자국 언어의 고유성이나 데이터 주권을 훼손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자국만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면 빅테크 맞서 AI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엔비디아도 주목한 '소버린 AI'
하정우 AI 수석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AI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닌 몇 안 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 수석은 "딥시크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 미국에 있는 메타 라마 중심의 오픈소스 생태계가 거의 지배를 하고 있었다면 딥시크가 굉장히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오픈소스 생태계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두 나라의 오픈소스 생태계에 완전 종속되기보다는 자체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강화를 해야 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가도 함께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소버린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다른 국가와의 동맹도 가능해 외연을 확장, 글로벌 AI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하 수석은 "미국과 중국이 앞서갈 때 우리나라는 혼자 힘으로 이들과의 경쟁을 한다기 보다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중남미 지역 등과 힘을 합해 그 나라 언어 데이터 구축을 돕는 등 활동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축적된 다양한 문화를 커버하는 데이터들로 아주 똑똑한 AI를 만들어서 그 나라의 AI 전환을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이끄는 얼라이언스의 리더가 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하 수석의 구상은 최근 네이버의 행보와도 궤를 일치한다. 최근 네이버는 글로벌 소버린AI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이사회 의장 역시 국제 무대에서 소버린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의장은 지난해 열린 서울AI 정상회담에서 "네이버는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책임감 있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나와 많은 글로벌 국가들이 자체 소버린 AI를 확보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든 기술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복귀 이후 이 의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합작 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 소버린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우디 도시의 스마트 도시 조성 사업을 가시화했다. 또 태국 AI·클라우드 기업과도 손잡고 현지 언어와 문화를 습득한 소버린AI 기술을 활용한 AI 에이전트 개발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 역시 소버린AI를 강조하며 네이버와 동행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동남아 시장을 타겟으로 거대언어모델(LLM)과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등 현지에서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 중이다. 더 나아가 네이버와 인프라 전문기업 넥서스 코어 시스템즈, 글로벌 투자사 로이드 캐피탈과 거버넌스를 구축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지역에 소버린 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AI 데이터 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AI' 글로벌 진출 '창구' 역할 기대
이처럼 소버린 AI와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 AI 반도체, 솔루션을 결합한 'K-AI' 패키지는 한국이 AI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했던 경험들이 소버린 AI를 통해 발현, 미·중 AI 패권에 귀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한국을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코트라의 'AI 시장의 부상: 수출 기회의 새로운 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은 연평균 20~3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30년까지 1조 달러를 웃도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액도 지속 증가하며 지난 2023년 투자액은 1892억 달러로 향후 10년 간 평균 29.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AI 관련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수출 창구도 다양하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아시아중아팀은 보고서를 통해 "AI 생태계는 1차적으로 기술·인프라, 2차로 효율성 향상, 3차는 서비스 강화, 4차는 산업혁신으로 구분되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수출 기회가 존재한다"며 "각 AI 생태계는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하며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출 도약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하 수석은 앞서 "국가 단위 투자를 통해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이라 불리우는 강력한 AI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자체의 안보 강화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되어 가고 있다"며 "개별 국가가 정부 투자를 통해 AI 역량 강화를 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정부 투자와 민간 투자가 함께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AI 기업들과 협업을 하는 구조로 가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양한 나라들에 진출해서 소버린 AI를 함께 만들어 주는 다문화 포용적 AI를 중점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며 "이 지점이 바로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고 AI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관련기사
- "이동통신망 없이도 SOS 응급 신호 가능"...NTN 기업 스카일로, 위성 통신 기술로 국내 시장 '노크'
- '게임=중독' 규정에 성남시 나몰라라..."복지부 가이드라인 따른 것" 책임 떠넘기기
- 김용범 이어 하정우도 발탁...李 정부 현장 전문가 등용에 '성과 중심' 행정 기대
- 다시 뛰는 토종 블록체인 카이아, 웹3 대중화 물결 만나 '부활 찬가'
- 쿠플 '스포츠 패스'에 티빙 '더블 이용권' 맞불...'요금제 전략' 새 판 짜기 돌입
- 공정위, 크래프톤·컴투스 제재...과태료 총 500만원 부과
- 넥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역사 속으로…'클래식'으로 새단장 나선다
- 한컴, 행안부 '범정부 AI 공통기반 사업'에 AI 설루션 공급
- 크림, 고객 타겟팅 프로그램 '베네핏 클럽' 론칭
- 생성형 AI 데이터 보안도 안랩과...안랩클라우드메이트 '시큐어브리지' 출시
- 파수, TISAX 컨설팅으로 韓 자동차 기업 해외 수출 지원
- SK쉴더스, 'SBTi 온실가스 감축 목표' 승인..."국내 보안 업계 최초"
- NHN클라우드, 웹3 시장 영향력 확대 나선다...'크레더'와 업무협약
- 블록체인 활용한 기부·사회공헌 활발...위메이드 '위퍼블릭'이 전하는 사랑 메시지
- FC바르셀로나 경기를 OTT에서...디즈니+, 방한 경기 독점 중계
- 이글루코퍼레이션, 보안관제 자동화 위한 AI 특허 취득..."XDR 경쟁력 강화"
- 삼성전자, 시네마 LED '오닉스' 유럽 공략…18일 개봉 '엘리오' 오닉스 최적화
- 소니코리아,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WH-1000XM6' 출시
-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7월 시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기자본 10억원으로 상향
- "대륙 게이머가 기다린다"...넵튠 '이터널 리턴' 27일 중국 출시 확정
- 전 세계 9개 언어로 '아기상어' 만난다...더핑크퐁컴퍼니, 공식 서체 공개
- 넷마블, NH농협카드 손잡고 '쿵야싱싱 체크카드' 출시
- 카카오, 가독성 높인 디지털 서체 '카카오 글씨' 무료 배포
- 카카오페이, 생성형AI 건강 상담 채널 'AI로 내 건강 관리하기' 출시
- 민주당,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설명회' 개최...강준현 "디지털자산 생태계 체계화할 것"
- [크립토 브리핑] 중동 정세 불안 완화에 비트코인 반등...이더리움도 1.8% '쑥'
- SKT "'통화상세기록(CDR)' 암호화…유출도 없다"
- 민간 AI 인프라 투자 봇물...지역 경제 활성화·국가 AI 역량 강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CJ올리브네트웍스, 시스코 손잡고 AI 인프라 사업 확대
- [李 정부 스테이블코인 도입 ③] 정부 '속도전', 한국은행 '신중론'…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엇갈린 시선'
- 배경훈 과기정통부-한성숙 중기부-하정우 AI수석, 한국형 LLM 주도한 전문가에 AI 정책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