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 '동맹' 전성시대다. 최근 들어 플랫폼 기업들이 연이어 협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네이버는 넷플릭스와의 '네-넷' 동맹에 이어 컬리와 '컬리N마트' 동맹을 맺었다. 이달 말에는 우버와의 협업이 예고돼있다. 배달의민족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인 티빙과 업무 협약을 맺은 이후, 유튜브와도 손을 잡았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 영상을 보는 이용자가 많은 만큼, OTT 동맹을 통해 이용자의 니즈를 충족하겠다는 이유다.

물론 협업은 필요하다. 엄연히 기업의 전략적인 경영활동이며 영리한 방안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자생력 강화와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플랫폼의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희미하다. 동맹은 언제까지 할 건지, 양사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우선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지켜보겠습니다"라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동맹은 지렛대 역할에 불구하다. 단기적으로 이용자 확보에는 나설 수 있으나, 이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도 이용자가 모이고 궤도에 오르면 또 다른 파트너사를 찾는 패턴이 반복된다.

실제 지난 2021년 네이버는 신세계그룹과 약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거대한 기업 연합의 탄생을 알렸다. 당시에도 두 기업의 협업을 두고 온·오프라인 강자 간의 만남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양사의 협업은 단편적인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현재도 네이버 커머스 내에서 SSG 배달 등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독보적인 성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결국 '뜻을 함께 했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플랫폼은 '갑질'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당정에서도 플랫폼의 갑질관계 방지를 위한 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불만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동맹은 이러한 시선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플랫폼 동맹이 독점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면 신생 플랫폼과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시장의 혁신을 둔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되기도 한다. 플랫폼 입장에선 치열한 경쟁 압박으로 인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부 스타트업은 더욱 험난한 경쟁 상황에서도 독자적으로 경쟁하며 차별화에 성공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채널이 다양해지고 소비자의 니즈가 다변화한 만큼 플랫폼의 고민도 깊어지는 시기다. 이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만 생존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맹의 늪'에 빠져서는 안된다.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두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내제화하는 것이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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