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사진=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사진=네이버

'제2의 라인신화'를 꿈꾸는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글로벌 진출 비전이 구체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디즈니와의 혈맹으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웹툰엔터테인먼트, 미국 포시마크, 유럽의 왈라팝, 일본 소다 인수 등을 통해 개인간거래(C2C)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커머스 부문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손잡고 웹3 기반의 핀테크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미·중 빅테크와 대결할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두나무 손잡고 글로벌 핀테크 판 키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활용해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아직 협력사항이나 방식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두나무와 스테이블 코인, 비상장주식 거래 외에 주식 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1위 가상자산 사업자인 두나무가 한 배를 탈 경우 단숨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핀테크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의 탄탄한 이용자층과 글로벌 진출 경험, 글로벌 5위권인 두나무의 웹3 역량을 더한다면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등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핀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25 UDC '기와' 부스에 몰린 관객/사진=이소라 기자
2025 UDC '기와' 부스에 몰린 관객/사진=이소라 기자

네이버가 두나무와 손잡고 웹3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글로벌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용자생성콘텐츠(UGC)와 상거래 데이터를 웹3 기술과 융합할 경우 사용자 보상과 결제, 정산 등에서 차별화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나무가 지난 9일 'UDC 2025'를 통해 '기와체인'을 선보이며 웹3 플랫폼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것과도 결을 같이 한다.


빅테크와 싸울 무기...웹3로 데이터 경쟁력 차별화

이해진 의장은 '데이터 차별화'를 AI 시대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할 무기로 지목하고 있다. 검색, 콘텐츠, 상거래 등 네이버가 이용자들의 생활 속에 밀착해 쌓아 온 특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두나무의 웹3 기술은 이런 이 의장의 구상을 가속화할 새로운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웹3는 블록체인을 비롯해 데이터 소유권과 제어를 분산시키는 탈중앙화 기술을 포괄하는 용어다.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는 최종 사용자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중앙 집중식 기관이 제어한다. 반면 웹3는 분산형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배포·저장하고, 상호운용성을 통헤 중개자 없이 데이터를 이동시킬 수 있다. 가상자산이 국경 없는 거래를 지원하는 것도 이런 웹3의 특징을 활용한 것이다.

사진=네이버웹툰
사진=네이버웹툰

이런 웹3 내에선 최종 사용자가 단순 고객을 넘어 '참여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특징은 네이버가 추진하는 사용자생성콘텐츠(UGC) 기반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사용자가 커뮤니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할 경우 코인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으며, 토큰화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웹3 기술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도전만화' 시스템으로 웹툰 작품을 발굴하고, 이용자들이 스스로 한정판이나 중고제품을 사고 파는 C2C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에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UGC를 기반으로 구글을 압도하며 국내 포털 1위 사업자에 오른 사업 노하우를 웹3 기반의 차세대 플랫폼 경쟁에서 다시 한 번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성장동력 '헬스케어'도 웹3로 진화

웹3 기술은 이해진 의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눈독들이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웹3 기술을 통해 민감 정보인 의료 데이터를 기록하고 전송하는 과정을 간소화하고, 의료 시스템의 투명성과 환자 참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는 AI를 융합한 의료 데이터 플랫폼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앞서 이 의장은 올해 첫 공개 행보로 서울대병원을 방문, "의료 AI 투자에 진심"이라며 3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어 이 의장은 '복심'으로 꼽히는 최인혁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에게 헬스케어 신사업 확장을 맡겼다. 최 대표는 첫 행보로 지난달 임상시험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제이앤피메디에 투자를 진행하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네이버 최인혁 테크비즈니스 대표(오른쪽)와 제이앤피메디 정권호 대표가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포괄적 업무협약식을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 최인혁 테크비즈니스 대표(오른쪽)와 제이앤피메디 정권호 대표가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포괄적 업무협약식을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이와 함께 네이버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네이버 D2SF도 헬스케어 분야 선제 투자에 나서고 있다. D2SF는 2017년부터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해 현재 전체 포트폴리오 중 약 18%가 헬스케어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AI 슬립테크 스타트업 프라나큐 ▲AI 식단 영양분석 스타트업 누비랩 ▲의료 AI 스타트업 모니터코퍼레이션 등이 있다.

이날 D2SF는 건강습관 형성을 돕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그래비티랩스'에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그래비티랩스는 리워드 기반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 '머니워크'를 운영 중으로, 사용자가 건강 활동을 기록하면 리워드를 제공해 습관 형성을 돕고 이를 통해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확보한다. 그래비티랩스는 향후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사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공공기관 등과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