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 'G-CON'에서 호리이 유지(왼쪽)가 하야시 카츠히코 카도카와 패미통 그룹 대표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 'G-CON'에서 호리이 유지(왼쪽)가 하야시 카츠히코 카도카와 패미통 그룹 대표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게임은 모니터를 탈출할 것이다. 가상이 현실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세계적인 게임 디자이너 호리이 유지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으로 변화하는 게임산업에 대해 이처럼 전망했다.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 'G-CON' 무대에 오른 호리이 유지는 "AI에 감탄하고 있다"며 "챗GPT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 작품에 적용하면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며 "대사를 주고 받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에 AI를 녹이면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상현실(VR)도 마찬가지"라며 "아직 VR 기기를 오래 착용하고 있으면 힘들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지만, 가상·증강현실이 인생을 바꾸고 지인 네트워크를 넓혀주는 부분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 'G-CON'에서 호리이 유지(왼쪽)가 하야시 카츠히코 카도카와 패미통 그룹 대표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 'G-CON'에서 호리이 유지(왼쪽)가 하야시 카츠히코 카도카와 패미통 그룹 대표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호리이 유지는 전체 시리즈에 걸쳐 누적 판매량이 9500만장에 달하는 '드래곤 퀘스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적인 게임 제작자다. 그는 1986년 일본식 롤플레잉게임(JRPG)의 효시 격인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첫 작품을 발표했으며, 세 번째 작품인 '드래곤 퀘스트3: 시드 오브 세이베이션'이 일본에서 사회현상을 일으킬 만큼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게임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던 호리이 유지는 최근 일본 문화 예술 분야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게임 제작사가 정부 훈장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호리이 유지는 '드래곤 퀘스트의 창조와 유산'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만화가를 꿈꾸며 '주간 소년 점프' 등 잡지사에 글을 투고하는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던 호리이 유지는 1982년 에닉스(현 스퀘어 에닉스)가 주최한 게임 프로그래밍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며 게임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호리이 유지는 당시 액션과 스포츠 등의 장르에 머무르던 게임 업계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토리'를 가진 RPG 장르에 도전하게 된 계기로 '만화적 전달력'을 꼽았다. 그는 "만화가를 지망했지만 이후 컴퓨터를 만나며 상호작용에 매력을 느겼다"며 "대사로 스토리를 전달하거나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 등에 만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용사가 되어 마왕을 쓰러뜨리는 드래곤 퀘스트의 기본 스토리 골자는 처음엔 이용자들에게 알기 쉽게 게임의 목적을 이해시키는 장치로 작용했다. 여기에 게이머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게임 속 캐릭터들이 이를 불러주는 상호작용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호리이 유지는 "처음 시작부터 마왕이 사는 성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저기에 닿을 수 있을지 생각하다보면 흥미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며 "기존 TV는 보기만 하는 매체였지만 게임에선 나를 불러주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요소를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이나 영화에 감정을 이입하고 다른 나를 느끼는 건 최고의 재미"라며 "게임은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매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스토리로 시작한 드래곤 퀘스트는 호리이 유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며 장수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창의력의 원천으로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접하며 '입력'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리이 유지는 여전히 현역 게임 디자이너인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젤다의 전설을 좋아한다"며 "게임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다음은 사람들에게 이런 놀이를 제공하고 싶다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형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게임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드라마도 많이 본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 한국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열심히 시청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호리이 유지는 청중들에게 "머리 속 걸작을 유형으로 만들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게임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머리에 있을 땐 다 걸작이지만, 이걸 어떻게 형태를 갖춰 유형으로 만들 지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을 생각하는 시간을 즐겁지만 개발은 힘들다"며 "대사를 쓰고, 데이터를 만들고, 완성되는 과정은 고되지만 산을 등반한 듯한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형을 유형으로 만들 때 많은 어려움과 실패가 있겠지만 노력한다면 공부가 될 것"이라며 "도전을 해달라"고 조언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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