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견제구가 이어졌다.
하지만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되던 세금 회피 의혹과 망이용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 논란에 대한 뻔한 질의만 이어졌을 뿐 뾰족한 해답 없이 '맹탕'으로 끝났다.
국내 OTT와의 경쟁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
이날 국감장엔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애초 과방위는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미국에 체류 중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실무진인 연 팀장이 본사의 위임장을 받아 넷플릭스를 대표해 증인석에 섰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앱결제 30% 수수료 적용을 받지 않는 넷플릭스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국내 OTT 서비스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지적했다.
홍 의원은 "넷플릭스는 폐쇄형인 애플(앱스토어)에서도 인앱결제 관철에 성공했다"며 "구글에서도 예외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OTT 업체에서는 구글에 수수료 납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 인앱결제 강제 계기로 넷플릭스에 막강한 가격 경쟁력 생긴다"며 "넷플릭스가 올해 6월 안드로이드 기준 가입자 466만명이고 웨이브가 270만명으로 2위인데 이 상황에 국내 OTT 업체에 수수료 30%를 부과하면 (넷플릭스가) 독보적 1위로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의원은 "작년 1윌 미국의 모든 가입자에 대해 요금을 13~18% 인상한 적이 있지 않냐"며 "국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되면 이용자 부담을 높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 팀장은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된다"고 답했다.
계속되는 '무임승차' 논란
이날 과방위 의원들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면서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논란을 다시 꺼내들며 불을 지폈다. 하지만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 어떤 ISP에게도 망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망이용료를 두고 SK브로드밴드와의 방송통신위원회 재정절차를 진행하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넷플릭스가 한국 정부를 무시하고 망이용료를 회피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며 국회에서 글로벌 CP에 망품질 유지 의무를 지도록한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건을 언급하며 "망이용료를 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냐"며 "미국에서 망이용료를 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연 팀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빨리 판단을 받고 소비자들의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 의원은 "컴캐스트 등에는 내고 있는 걸로 아는데 확실하냐"고 재차 물었고, 연 팀장은 "국내 언론에서는 그렇게 보도된 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천개의 ISP와 협업하고 있는데 국내 ISP들이 요구하는 망이용 대가는 실질적으로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아닌 '갑플릭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 계약을 할 때 망이용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계약했다"며 "이 계약에 대해 가입자 늘리기에 집착해 단기적인 시각에서 굴욕적인 계약을 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넷플릭스가 국내 ISP와 계약할 때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갑질을 해 '갑플릭스'라고 불린다"며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와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시장에서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코리아 패싱'이란 비판도 있다"고 꼬집었다.
연 팀장은 "저도 처음 듣는 말"이라며 "관련해서는 저희도 국내 ISP와 윈-윈 하는 것이 중요한 하나의 아젠다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빠져나갔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의 캐시서버 역할을 하는 '오픈커넥트' 기술을 국내 ISP에 제공해 망사용료를 갈음하려는 넷플릭스법에서 정의한 망품질 유지 의무를 ISP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유럽에선 글로벌 사업자 트래픽이 50%가 넘어 HD급에서 SD급으로 품질 낮추는 상황까지 벌어져 우리도 그런 상황에 다가가고 있다"며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는 우리는 그 트래픽에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 팀장은 "오픈커넥트에 1조원 정도를 투자한 것은 ISP들의 부담을 최대한 경감시키고자 한 것"이라며 "저희 나름대로 트래픽 경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무조사 받는 넷플릭스 탈세 의혹 추궁
이날 의원들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이전한 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넷플릭스가 코로나 때문에 수혜를 많이 보고 있는데 세금을 잘 납부하고 있냐"며 "올 8월부터 역외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건 어떤 부분이 문제냐"고 물었다.
연 팀장은 "국내 세법과 국제 조약에 따라 성실하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진행중인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제가 이해하기로는 탈세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공시, 외부감사를 안할 수 있다"며 "경영면에서 투명성 문제가 지금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넷플릭스는 국감을 앞두고 2015년 이후 8000억원 정도의 제작 지원을 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건 대부분 콘텐츠에 대한 직접 투자"라며 "ICT 기금 징수 배당이 늘어나면 거기에 넷플릭스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연 팀장은 "내일부터 외부감사법에 따라 공개할 예정이고 매출액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기금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결론에 이르면 그부분에 대해 충분히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 강화해라" 요구
의원들은 본사에서도 '매출 효자'로 꼽을 만큼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 특수를 누리며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 팀장에게 그대로 본사에 전달하라며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영업이익 얻으면서 망사용료, 세금 안내고 이용료 많이 받고 그럼 국민이 좋아하겠냐"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면 단지 돈만 버는 기업을 글로벌 기업이라고 안한다"며 "글로벌 기업은 사회공헌도 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하고 그런게 글로벌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에서 서비스 제공하면서 얻는 수익에 대해서 정당하게 세금 내고 트래픽에 대한 망이용대가도 제대로 지불했으면 좋겠다"며 "콘텐츠 제작까지 제대로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세가지 요구사항을 잘 정리해서 본사와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 팀장은 "말씀주신 내용을 잘 유념해서 앞으로 기회되면 추가적으로 설명드릴 기회 찾도록 하겠다"며 "어떻게 한국에 더 투자하고 더 소통할 수 있는지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넷플릭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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