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쇼핑 플랫폼으로 도약한 네이버쇼핑이 이제 해외시장을 바라본다. 이르면 내년 중 네이버의 주력 고객인 소상공인(SME)들의 해외수출 판로가 확장될 공산이 커졌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가 꿈꾸던 글로벌 인터넷기업으로의 도약이 현실화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가 해외 수출의 길잡이 역할을 맡게 될 경우, 국내시장 독점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다.
해외진출 모색하는 네이버쇼핑…日 야후 제휴 '구상'
2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20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라인과 야후 재팬의 운영사인 Z홀딩스의 경영통합을 통해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나 관련 쇼핑 검색 등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이커머스 관련해서 네이버의 자산과 라인, 야후의 여러 영역을 이커머스적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 또한 "구체적으로 전할 내용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아우르는 상품·전략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네이버쇼핑 및 관련사업의 글로벌화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보유한 파파고 등 통번역 시스템과 모바일 포털 역량, 라인 메신저 외에도 야후재팬의 일본 포털과 조조타운 등 쇼핑 인프라 등이 대거 활용될 공산이 크다.
CJ대한통운과 맞손…글로벌 물류 확보 '잰걸음'
네이버는 이달 들어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제휴를 결정, CJ그룹사의 물류를 맡고 있는 CJ대한통운과 혈맹을 맺었다. 이로인해 관련업계에선 CJ대한통운이 네이버쇼핑의 글로벌 진출을 열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지난 2017년 베트남 최대 종합물류기업인 제마뎁의 물류, 해운부문을 인수해 CJ제마뎁을 출범시키는 등 아시아 물류기지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유럽과 아시아 간 중국횡단철도(TCR)와 트럭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복합운송 서비스 유라시아 브릿지 서비스(EURASIA BRIDGE SERVICE:EABS)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쇼핑과 결합한 e-풀필먼트 사업 또한 가능할 전망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현재 마켓플레이스에 결제와 풀필먼트, 배송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나 향후 해외 직구와 역직구 등 크로스 보더로 확장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이 구축해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최근 투자한 동남아 택배 네트워크나 포워딩 부문 등을 네이버에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조타운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기다려
네이버쇼핑의 글로벌화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일본 포털 데이터를 갖춘 야후재팬과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이 한몸이 되기 때문이다.
라인-야후재팬 간의 혈맹으로 당장 기대되는 점은 아시아 최대규모의 이용자풀을 갖춘 인터넷 기업의 출현이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2억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한 메가 플랫폼이다.
특히 일본에선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8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으며 국민메신저로 거듭났다. 라인과 통합되는 일본 최대 검색엔진 야후재팬은 5000만명의 이용자를 거느린데다, 메이저 온라인 패션몰 조조타운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포털 네이버와 흡사한 모습이다. 조조타운은 라쿠텐과 아마존재팬과 더불어 일본 최대 온라인쇼핑몰로 꼽힌다.
이같은 이용자풀을 바탕으로 양사는 이커머스 분야에서 당장 소기의 성과가 기대된다. 라인쇼핑과 조조타운, 야후쇼핑, 야후오쿠가 결합돼 모바일과 포털을 연계한 일본 최대 이커머스 사업자로 거듭날 전망이다. 더불어 라인의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 이용자가 합쳐져 간편결제시장 또한 양사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된다.
실제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는 "금융과 소매를 결합한 1억명 규모 서비스가 탄생하면서 일본 내 인터넷 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아시아를 무대로 미국이나 중국 디지털 플랫폼 세력에 대항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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