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을 반석 위에 올린 '승부사'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나란히 게임을 넘어 콘텐츠 제국을 꿈꾸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넥슨이 글로벌 엔터 분야의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며 대규모 '빅딜'을 예고한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비게임 콘텐츠 분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디즈니·틱톡' 이끈 글로벌 CEO 삼고초려…2조 빅딜 임박?
넥슨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디즈니의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인 케빈 메이어를 신임 사외이사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케인 메이어 내정자는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기획한 글로벌 대표 엔터 전문가로 명성을 떨쳐왔다. 특히 픽사와 마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주도하며 인수합병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글로벌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CEO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COO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 탓에 넥슨이 케빈 메이어 내정자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넥슨 관계자는 "디즈니가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는데 기여했고, 틱톡 CEO를 역임하며 새로운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의 도약을 함께 했다"며 "넥슨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하는 데 많은 비전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넥슨이 케빈 메이어를 통해 글로벌 엔터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넥슨은 지난 6월 약 15억 달러(1.8조원 규모)의 거액을 투입해 글로벌 IP를 지닌 엔터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는 창업 과정을 다룬 자서전 '플레이'를 통해 줄곧 디즈니를 롤모델로 삼아왔다. 이로인해 관련업계에선 넥슨발 대규모 M&A가 임박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카카오게임즈를 비롯, 경쟁자 다수가 게임 IP를 이종 콘텐츠와 엮는 시도로 재미를 보고 있어, 다수의 히트 IP를 지닌 넥슨 입장에선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리니지가 전부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사 아닌 '게임'도 만드는 곳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또한 성장 키워드로 콘텐츠 다각화를 꺼내든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2일 신규 엔터 플랫폼 '유니버스'를 내놓고 게임 이외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나선다. 유니버스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인 '위버스'와 마찬가지로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소통하고, 엔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게임과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기반의 아이돌이 직접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거나 증강현실(AR) 기반의 음원을 내놓는 방식이 유력하다. 야구정보와 AI가 결합된 엔씨소프트의 '페이지'와 마찬가지로 기존 아이돌 시장과 AI+AR을 연계한 콘텐츠도 대거 유통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지난 8월 엔터 자회사 '클렙'을 설립, 게임 이외 디지털 콘텐츠로의 확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클렙의 대표로 김택진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지휘봉을 잡으며 김 대표가 엔터 시장을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상황.
실제 지난달 27일 김 대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판교를 찾자 "게임산업을 기술적으로 정의하면 디지털 액터를 만드는 사업"이라며 "게임에서 키운 캐릭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연기까지 할 수 있는 배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업종"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사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4년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재담미디어, 알에스미디어 등 웹툰-웹소설 업체를 향한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웹툰-웹소설과 게임 콘텐츠를 묶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게임 캐릭터를 엔터 콘텐츠와 묶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K-게임과 K-팝, K-웹툰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열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면서 "엔씨소프트가 게임사가 아닌, 콘텐츠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도기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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