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부터)와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부터)와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연초부터 네이버와 카카오가 엔터산업을 두고 쎄게 붙었다. 카카오가 일본 내 웹툰 선두자리를 공고히 지키며 기업가치 7조원 규모의 '엔터 공룡'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띄운 가운데, 네이버 역시 한달새 조단위의 거액을 투입하며 '방탄소년단'으로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시대, 단절의 삶이 일상화된 가운데 양사 모두 이용자 시간을 1분1초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연일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日 시장은 이제 카카오의 것…'콘텐츠' 모아 카카오엔터 '출격' 


지난 25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을 결의했다. 사명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정해졌다.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3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각 1대 1.31로, 카카오M의 보통주 1주당 카카오페이지의 보통주 1.31주가 배정된다. 1주당 가액을 표기하는 합병비율은 양사의 기업가치와 발행주수를 반영한 것으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기업가치는 1:0.6으로 책정됐다. 

매출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카카오 자회사간의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으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결합하면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먼저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웹소설을 중심으로 한 IP비즈니스를 주도하며 대한민국의 '스토리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2014년 '기다리면 무료'라는 혁신적인 BM을 통해 시장의 유료화를 이끌어냈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16개의 자회사 및 관계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 IP를 보유한 국내 최대의 IP사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M은 국내 굴지의 배우 매니지먼트 7개사와 다양한 개성과 음악 색깔을 가진 레이블 4개사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를 산하에 두고, 모바일부터 TV, 스크린, 라이브 영역까지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음악·영상 콘텐츠의 기획,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 투자 유통 점유율을 바탕으로 연간 1200개 이상의 타이틀을 발매하고 있으며, 싱어송라이터와 글로벌 아이돌을 비롯해 프로듀서, 작곡가, 래퍼 등까지 멀티 레이블의 장르와 영역을 지속 확대하는 등 음악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카카오재팬을 이끌고 있는 김재용 대표 /사진 = 카카오
카카오재팬을 이끌고 있는 김재용 대표 /사진 = 카카오

 

이렇게 만들어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양사가 축적한 IP 비즈니스 노하우와 역량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콘텐츠 IP의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강력한 슈퍼 IP의 기획제작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너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일본 공략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최근 연매출 2조원대의 일본 최대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의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일본 내 히트 IP를 빠르게 수급하기 위해서다. 실제 카카오의 일본 웹툰·웹소설 서비스 '픽코마'는 '포켓몬 고' 등 쟁쟁한 모바일 게임을 제치고 전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1월 들어 픽코마의 일평균 추정 거래액은 2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무려 384% 급증한 수치다. 

 

사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달새 1조 투입한 네이버…韓 최대 엔터 포털로 도약


네이버 역시 카카오에 밀리지 않는다. 올해 1월 들어 콘텐츠 분야에만 1조원이라는 뭉칫돈을 투입하며 자금 규모면에서는 카카오를 압도한다. 

27일 네이버는 한류스타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체결, 빅히트 자회사인 비엔엑스에 4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비엔엑스는 빅히트의 엔터플랫폼 위버스의 운영사로,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사명 또한 '위버스컴퍼니'로 바꾸게 된다. 아울러 네이버로부터 자금을 수혈한 빅히트는 비엔엑스와 더불어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에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미 네이버와 피를 섞은 YG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아 네이버-YG-빅히트 3각 동맹을 맺은 것이다. 

네이버-빅히트는 이번 제휴를 계기로 네이버의 'V LIVE'와 '위버스'의 사용자, 콘텐츠, 서비스 등을 통합한 새로운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K-POP이 만든 팬덤 문화가 글로벌 MZ세대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끌고 있는 양사가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플랫폼은 콘텐츠 송출 및 라이브 스트리밍, 커뮤니티 플랫폼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의 기술력에 위버스 운영을 통해 다져진 빅히트의 비즈니스 역량이 더해져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플랫폼 통합 작업은 1년 정도 진행될 예정이며, 네이버에서 브이라이브를 비롯해 카페, 밴드 등 그룹 커뮤니티 전문 조직인 그룹& CIC를 맡고 있는 김주관 대표가 비엔엑스의 CTO를 맡아 플랫폼 통합 작업을 주도할 예정이다. 통합 기간 동안 양 사의 각 서비스는 기존처럼 유지된다.

 

사진 = 네이버웹툰
사진 = 네이버웹툰

 

아울러 네이버-CJ 협업의 결과물인 '스위트홈'과 사례도 꾸준히 등장할 전망이다. 예컨대 BTS 기반의 웹툰과 드라마, 영화가 네이버 패밀리의 공조 하에 출시되고, 위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커머스 사업도 나올 공산이 크다. 

또한 네이버는 지난 20일, 65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캐나다의 웹툰업체 왓패드를 통째로 인수했다. 캐나다에 거점을 둔 왓패드는 매월 9000만명 이상의 북미 사용자가 230억분을 사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 스토리텔링 플랫폼이다. '애프터' 등 1500여편의 작품이 출판과 영상물로 제작된 바 있다.

이로써 네이버웹툰과 왓패드의 월간 이용자수를 더하면 무려 1억6000만명에 이른다. 명실상부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는 북미·유럽 등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9000만명의 왓패드 사용자 기반과 500만명의 창작자들이 남긴 10억편에 달하는 스토리 콘텐츠를 통해 네이버의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를 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생충과 스위트홈, 방탄소년단의 사례를 통해 한류 콘텐츠가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상황"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인 네이버가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는 흥행 IP를 갖추게 되면 전세계 모바일 이용자의 시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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