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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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이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PC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자체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이나 클라이언트를 내놓고 있는 것.

지난 16일 넷마블은 국내외 흥행에 성공한 '제2의 나라'를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클라이언트 개발해 공식 사이트에 공개했다. 지난달 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흥행작 '오딘: 발할라 라아징'은 모바일 출시와 동시에 PC 버전을 제공했다. 엔씨소프트는 2년 전부터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을 서비스 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크로스 플레이는 필수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자동사냥의 등장...PC 버전 니즈 UP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에 대한 니즈는 '자동사냥'과 같이 등장했다. 모바일 RPG에 자동사냥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게임을 켜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야 하는 스마트폰으로 종일 모바일 게임을 켜 놓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다. 또 스마트폰으로 장시간 게임을 하면 배터리 문제, 발열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 사진=녹스플레이어 홈페이지
/ 사진=녹스플레이어 홈페이지

이에 더해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하고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주는 게임을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선 온전하게 즐기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 성능의 한계와 작은 화면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에 게이머들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PC에서 구동시켜주는 '녹스플레이어' 같은 애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PC에서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게이머들의 행동을 게임사들이 놓칠리 없다.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여러 게임사들이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과 PC 클라이언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퍼플, 라인게임즈는 플로어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선두주자는 단연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9년 크로스 플랫폼 '퍼플'을 출시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트릭스터M를 퍼플을 통해 PC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또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블레이드앤소울2도 퍼플을 통해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자체 플랫폼을 사용해 다른 애뮬레이터들 사용할 때보다 더 최적화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엔씨소프트의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퍼플 / 사진=퍼플 홈페이지
엔씨소프트의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퍼플 / 사진=퍼플 홈페이지

이에 더해  엔씨소프트는 지난 20일 '웹 스트리밍 플레이' 서비스 '퍼플on 플레이'와 '예티 플레이'를 오픈했다. 퍼플에서 플레이되고 있는 '리니지2M'과 PC에서 플레이 되고 있는 '리니지 리마스터'를 다른 PC에서 웹을 통해 원격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공성전이나 PvP 같은 상황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와 스트리밍 플레이 서비스를 통해 게임 플랫폼 간 장벽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게임즈도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4월 신작발표회를 통해 자체 게임 플랫폼 '플로어'를 소개했다. 라인게임즈는 향후 플로어를 통해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미은 라인게임즈 사업실장은 "플로어는 멀티 플랫폼·크로스 플레이를 지향한다"며 "라인게임즈 통합회원 계정으로 모든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라고 말했다.

라인게임즈는 "플로어는 현재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상태로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며 "라인게임즈가 서비스하는 PC·모바일·콘솔 게임뿐만 아니라 크로스 플레이에 대한 지원도 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플랫폼 없어도 크로스 플레이 지원한다.

오딘 흥행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는 다음 게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아직 자체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개발 계획은 없다"면서도 "다음 게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딘 PC 버전은 다음 게임 PC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MMO 신작 라인업 역시 다음 게임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형태로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음 게임 플랫폼에서 오딘 PC 버전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 사진=다음 게임 홈페이지
다음 게임 플랫폼에서 오딘 PC 버전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 사진=다음 게임 홈페이지

넷마블도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에 관심이 커 보인다. 지난 3월 열린 넷마블 제 1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개발 전략으로 사업영억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그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많은 신작을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2022년 이후에 출시되는 대부분의 신작들은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을 고려해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윤곽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넷마블은 제2의 나라 PC 클라이언트를 통해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넥슨은 아직 자체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몇몇 게임에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19년 11월 출시한 모바일 MMORPG 'V4'에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했다. 또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도 콘솔과 PC 등 다양한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크로스 플레이, 이젠 해외진출에 필수

이처럼 게임사들이 크로스 플레이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해외 진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화권 별로 선호하는 게임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PC나 모바일을 통해 게임을 하지만 북미, 유럽의 경우 콘솔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카트라이더 드리트프 개발을 총괄하는 박훈 넥슨 디렉터는 "이제 크로스 플레이는 글로벌 서비스에 필수적이다"라며 "각 나라 별 디바이스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크로스 플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스마트폰 성능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도 스마트폰이 아니라 PC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성능이 좋지 않아 고사양 모바일 게임이 진출하기 어려운 지역도 PC는 어느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크로스 플레이를 제공하면 시장에 진출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인공지능(AI) 실시간 번역 이미지 /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인공지능(AI) 실시간 번역 이미지 /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최근 인공지능(AI) 번역 엔진을 퍼플에 적용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엔씨소프트는 AI 번역 엔진을 고도화해 대상 언어를 확대하고 자사 게임의 해외진출 시, 다양한 언어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플랫폼과 국가 간 장벽을 허물려는 게임사들의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는 점점 더 고도화 될것으로 보인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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