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아이들과 마당에서 수영장을 펴 놓고 물놀이를 하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추석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겨울이 금방이라도 시작될 것 같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8월말부터 9월초까지는, 텃밭을 가꾸고 사는 초보전원러는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잘 얻어먹은 텃밭을 다시 정리하고 겨울 김장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이때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아직 한낮에 태양이 뜨겁지만, 밀짚모자를 쓰고라도 나가서 밭을 갈아야 합니다. 기존에 심어놨던 작물들을 뽑아내고 모자란 흙을 채워넣고, 다시 한번 큰 돌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겨울 김장에 사용할 가을 무와 가을 배추를 심을 수 있으니까요. 


텃밭 농사의 시작은 '심기'가 아니라 '갈기'입니다. 

우선 삽과 호미로 텃밭을 잘 갈아 줍니다. 봄-여름 농사를 하다보면 주변에 잡초도 많이 튀어나왔을겁니다. 잡초들도 다 뽑아줘야 하고요. 곳곳의 돌들도 걸러내 줍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리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밭을 더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비료를 투입합니다. 저는 주로 계분비료를 사용하는데요. 주변 화원에 가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시골(?)에 살기 때문에 집 바로 앞에 화원이 있어서 그 화원에서 구매하곤 합니다. 가격도 몇천원 수준으로 저렴하니, 아끼지 말고 팍팍 넣어줍시다.

계분 비료(왼쪽)와 모아둔 달걀껍질을 갈아주고 있는 모습 /사진=허준 기자
계분 비료(왼쪽)와 모아둔 달걀껍질을 갈아주고 있는 모습 /사진=허준 기자

토양살충제나 뭐 이런것도 뿌리는 분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가 먹을거니까 굳이 살충제 따위는 뿌리지 않습니다. 농약도 안칩니다. 벌레가 좀 먹으면 어떻습니까. 내다 팔 것도 아닌데...그냥 건강하게 나오는 그대로 먹어줍시다.

다만 저는 여기에 하나 더 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달걀껍질입니다. 아이들이 둘이나 있다보니, 달걀을 먹는 일이 많은데요...달걀후라이부터 달걀말이, 달걀 스크램블 등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합니다.

저희는 달걀을 사용하고 남은 껍질을 잘 씻어서 모아둡니다. 씻으면 껍질에 얇은 막이 보입니다. 그 막을 제거한 뒤 보관해뒀다가 이렇게 밭을 갈때, 혹은 추가비료가 필요할때, 밭에 뿌려줍니다. 물론 그냥 껍질 그대로 뿌리면 안되니까, 잘 갈아서 줍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있다고 하니까 믿고 주는거죠.^^


밭을 다 갈았으면 이랑을 만들고 멀칭을 하자

계분비료도 넣고, 달걀껍질도 넣고 삽과 호미로 열심히 밭을 갈아주면, 다음은 이랑을 만들어 주는 작업을 합니다. 이랑은 두둑과 고랑을 뜻하는 말입니다. 물이 지날 고랑을 파서 작물을 심을 두둑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넓은 밭이면 트랙터를 쓰겠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 손으로 합니다. 그 정도는 해야 운동도 됩니다.

호미를 들고 열심히 땅을 파서 이랑을 만듭니다. 흙이 자꾸 흘러내리기 때문에 의외로 단단하게 두둑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좀 울퉁불퉁하더라도, 열심히 작업을 해줍니다.

갈아 놓은 텃밭(왼쪽)에 이랑을 만들고 검정색 비닐로 멀칭을 해줬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갈아 놓은 텃밭(왼쪽)에 이랑을 만들고 검정색 비닐로 멀칭을 해줬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이랑 만드는 작업이 끝나면 이제 두둑에 검정색 비닐을 씌워줄겁니다. 이 작업을 '멀칭'이라고 합니다. 멀칭을 해줘야 잡초가 안자라고, 잡초가 안자라야 땅의 영양분을 작물이 모두 흡수할 수 있습니다. 멀칭을 안하면 정말 엄청난 잡초들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비닐의 작은 틈으로도 뚫고 올라오는 것들이 바로 이 잡초라는 존재입니다. 

멀칭을 할때는 최소 두명이 같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서 하려면 돌 같은 것으로 반대편을 고정시키고 비닐을 펴야해서 상당히 힘듭니다. 맞은편에서 한명이 잡아주고 비닐을 펴준다음 두둑 양옆의 비닐에 흙을 덮어서 고정시키면 됩니다.


이제 모종을 심으면 된다, 8월말-9월초를 넘기지 말자

멀칭 작업까지 다 끝냈으면 이제 드디어 '심기' 작업에 들어가면 됩니다. 뭘 심냐고요? 8월말부터 9월초 사이에 가을 무와 가을 배추를 심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바베큐 파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가을 상추도 적당히 심어줍니다. 

가을 무와 가을 배추는 주로 모종을 사서 심습니다. 주변의 모종 파는 곳을 잘 안다면 그곳에 가서 사면 됩니다. 저는 이번에 작업이 조금 늦어져서 자주 가는 육묘장의 모종이 다 떨어졌더라고요. 이래서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하는데...ㅠ

멀칭한 곳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심어주면 됩니다. /사진=허준 기자
멀칭한 곳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심어주면 됩니다. /사진=허준 기자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으로 안되는게 있던가요? 네이버쇼핑이나 쿠팡 등에 배추 모종, 무 모종 등으로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곳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한 곳을 정해서 배송을 요청하면 됩니다. 

저는 주로 '갑조네'를 이용합니다. 다양한 모종이 많고, 모종이 잘 살아서 배송되도록 포장도 꼼꼼하게 해주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갑조네' 말고도 유명한 모종숍이 많으니 잘 검색해보시고 좋은 모종을 구해서 심으면 됩니다.

이제 가을농사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정말 가을 무와 가을 배추로 김장을 담굴 수 있을까요? 지난해에는 배추 속도 잘 여물지 않고 무도 잘 크지 않아서 사실상 실패했었는데, 올해는 어떨까요?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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