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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시선] 스톡옵션 내로남불?

[세가지시선] 글로벌 일전 앞둔 카카오...'브라이언 스타일' 욕하지마


/그래픽=디미닛 제작

차기 카카오 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이른바 '먹튀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지난 10일 자진 사임했다.

지난달 류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9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현금화한 이후 회사 주가가 급락했고, 주주들은 물론 카카오 직원들마저 류 대표의 모럴해저드를 비난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류 대표는 공식 사과 이후에도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고 결국 퇴진 의사를 밝혔다.

새해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던 카카오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지난해 불거진 성과 보상과 인사 평가에 대한 내홍, 국정감사에서 지적 받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 정부의 플랫폼 독과점 규제 등 미처 해결하지 못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조직 쇄신에 나설 경영진이 오히려 가장 먼저 쇄신 대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빛바랜 성공신화

류 대표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를 합법적으로 행사했을 뿐인데 왜 커다란 분노를 사고 있을까. 이는 단순히 류 대표 한 사람의 도덕성 문제라기 보다는 '카카오식 성장공식'의 그림자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코스피 상장 이후 단숨에 시총 2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도 최근 주가 급락에도 불구, 시총 23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시총 5조원대로 코스닥 5위에 올라있는 카카오게임즈까지 더하면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 계열사의 기업가치만 5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를 필두로 한 카카오 패밀리는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와 생활 속 혁신을 무기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폭증을 계기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하며 최고의 수혜주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연이은 자회사 상장으로 카카오 패밀리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올해도 상장을 준비 중인 자회사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 과정에서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진은 일반 직원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부를 이뤘다. 허나 이런 성공 스토리는 모두가 동경하는 '벤처신화'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가 거둔 부(富)는 오롯이 창의성과 혁신, 도전정신으로 이뤄낸 것이 아닌 코로나19 팬데믹과 역대급 유동성이라는 상황과 맞물린 '특수' 혹은 '특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성공은 카카오 경영진의 것이 아니었다

카카오 패밀리에 현재 실적 수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업가치가 매겨진 건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들을 향한 투자에는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우리 삶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담겨 있었다.

그래픽=테크M
그래픽=테크M

현재 카카오 패밀리의 기업가치는 달리 보면 미래를 담보로 가져 온 '빚'이다. 회사를 가치에 걸맞게 키워 이 빚을 갚아야 할 경영진이 이익만 챙기고 내뺀다면 투자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의 '대박' 이면에 더 심각해진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은 카카오를 향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 패밀리의 성장의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호황이 있었고, 그 빛의 그늘에는 오프라인 실종으로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이 있었다. 이들에 대한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카카오 경영진은 성공에 취하기 앞서 이런 사회적 책임에 대해 좀 더 사려 깊게 접근해야 했다.


카카오식 성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지난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카카오 패밀리를 향한 기대감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금은 '카카오에 물렸다'는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만 가득하다. 카카오의 비전을 믿고 함께 달려온 직원들의 허탈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카카오는 지난 10여년 국내 모바일 시장을 이끌어 온 업적마저 평가절하 될 위기에 처해있다. 서둘러 추진한 기업공개(IPO)는 경영진의 돈잔치를 위한 '한탕'이었다는 오명만 번지고 있다.

이런 경고음을 계기로 카카오가 이루고자 하는 '성장'을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기업가치만 불릴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는 비전과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카카오 2.0'의 반전카드가 절실해 보인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