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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시선] 카카오 경영진 '개인 이익'보다 '사회적 책임'부터 챙겨라
'내로남불'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가 아닐까요?.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의미로 쓰입니다.
최근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행사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류 대표 내정자와 카카오페이 주요 임원진들의 스톡옵션 행사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스톡옵션 행사자들은 의도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카카오페이 상장이 이뤄진지 40여일만의 스톡옵션 행사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결국 류영준 대표 내정자의 자진사퇴 발표가 나왔고, 이렇게 이 문제는 일단락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분명 류영준 대표 내정자의 행보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위축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톡옵션 행사에 대해 '소수의 돈잔치'라는 프레임이 씌워질까 우려됩니다.
스톡옵션, 스타트업의 유일한 무기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입니다.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부터 일정한 기간을 정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야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우수 인재들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봉 대신 스톡옵션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수 인재들도 연봉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스톡옵션 대박'을 노리기 위해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 중 하나가 '스톡옵션'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듭니다.
스톡옵션 대박 사례 더 많아져야
실제로 '스톡옵션 대박'은 IT 업계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IT 업계로 인재들이 몰려든 것도 사실입니다. 대기업들도 IT업계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스톡옵션을 부여하거나 연봉인상, 성과급, 직원복지 강화 등에 나서기도 합니다.
아마도, 스톡옵션과 같은 '확실한 보상'이 없었다면 지금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나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IT기업 종사자들이 '스톡옵션 대박'을 꿈꾸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류영준 대표 내정자의 사퇴가 스톡옵션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톡옵션 대박'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그들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스타트업에, 혹은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누구나 눈치보지 말고 스톡옵션 행사할 수 있어야
이미 스톡옵션은 받을때부터 행사 가능한 시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시기가 되면 언제든 눈치보지 않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톡옵션은 내가 가지고 있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를 가지기 위해 연봉이나 복지 등 다른 것들을 많이 포기했을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이득이 되는 시점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도덕적'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언제 팔아야 '모럴 해저드'가 아닌걸까요? 그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을까요? 주가가 낮아질때까지 기다렸다가 행사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울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나에게 좋은 시점에 행사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좋은 시점에 행사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아야 합니다. '내로남불'이 안되려면 말이죠.
물론 우리사주와 공모주 일부에 보호예수가 걸려있는 시기에 굳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류영준 대표 내정자와 주요 임원진의 판단은 아쉬울 수 있습니다. 주가 폭락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영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없는 스톡옵션 행사에 대해 '먹튀'라는 비난까지 가할 일인가에 대해서는 또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상장 이후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대한 기준을 따로 만든다고 하니, 더이상 이런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카카오는 물론 IT기업의 모든 혁신가들이 스톡옵션 대박을 향해 다시 나아가길 바라봅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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