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캐리커쳐=디미닛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캐리커쳐=디미닛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 세상의 기술 혁신 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 같다."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0일 카카오 신임 대표(CEO)로 내정되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국민적 요구'를 지키며 '카카오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어찌보면 서로 다른 방향에 놓여있는 목표물을 모두 잡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 

카카오는 최근 1년새 이런저런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에 카카오의 성장을 이끌어온 공동체(계열사)와 크루(임직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기존 카카오의 성장 방식을 탈피하고 새롭게 쇄신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그 만큼, 지금 남궁 대표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남궁훈표 리더십으로 카카오 공동체 '결집'

올 3월 이어질 주주총회를 거쳐 카카오의 지휘봉을 잡게될 남궁 대표 내정자는 당장 사기가 땅에 떨어진 임직원들을 다독이고, 노사 갈등의 실마리를 찾아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카카오 공동체는 최근 1년새 이런저런 논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시작으로 올해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던 류영준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까지 연달아 악재가 이어졌다. 카카오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남궁훈표 리더십'이 발휘돼야할 시점인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집중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 사태가 촉매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 본사와의 소통은 부재했던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카카오모빌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시각이 크다.

더불어 올해 차기 CEO로 내정됐던 류영준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까지 불거졌다.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 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무려 878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이다. 이에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단기 고점이란 인상을 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이런저런 잡음은 카카오 공동체 분열의 촉매제가 됐다. 독립경영 기조가 '각자도생'으로 이어지면서 각 계열사는 수익성 극대화에 매몰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사별 엇박자가 나며 분열하기 시작했다. 또 의사결정권을 보장하고 개개인의 동기부여를 위해 마련한 '스톡옵션'이 도리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자 크루들의 상실감이 커졌다. 카카오의 성장 방식에 의문을 품으며 쇄신을 요구하는 '노사갈등'으로 까지 연결됐다.

노사갈등을 봉합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내는 '남궁훈표 리더십'에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다. 남궁 대표는 사업과 개발 등 이질적인 조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다. 더불어 그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의장의 최측근으로, 과거 NHN 시절부터 함께해온 의리의 사나이다. 카카오 공동체 모두가 이같은 히스토리를 인지하고 있어,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를 것이라는 반응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사진=카카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사진=카카오

 


남궁훈의 목표 "국민에게 사랑받는 카카오"

남궁 대표 내정자는 '국민적 요구'에 맞춘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마련해야하는 과제도 안았다. 남궁 대표가 세운 방정식은 '메타버스'를 통한 글로벌 확장이다. 그는 신임 대표로 내정되면서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너무나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데 집중해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사회적 책임 성장'을 기대하는 국민적 요구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요구하는 카카오 공동체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최적의 '전략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공동체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서 김 의장과 함께 카카오와 전 계열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먹거리 발굴을 총괄해왔다. 카카오톡 다음 단계의 비전을 고민해야하는 시기에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구현할 최적의 리더라는 평가가 조직 안팍에서 나오고 있다.

카카오의 미래 전략으로 남궁 대표 내정자는 '메타버스' 제시했다. 그는 대표내정 소감을 밝히며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 세상의 기술 혁신 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관련업계에선 당장 카카오 주요 계열사의 메타버스 접목 여부와 콘텐츠 비즈니스전분야에 걸쳐 남궁 센터장의 노하우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특기인 속도전과 빠른 의사결정이 더욱 빛을 발할전망이다. 

카카오 공동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카카오톡-멜론, 웹툰, 페이지-게임까지 아우르며 공동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1단계 텍스트, 2단계 소리와 이미지, 3단계 멀티미디어로 디지털 형태소를 분류한다고 할 때 우리는 텍스트 형태소의 카카오톡, 소리 형태소의 멜론, 이미지 형태소의 페이지, 멀티미디어 형태소의 게임까지 카카오 공동체에 핵심 요소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며 "이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세상을 새롭게 구성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했다.

글로벌 확장 전략도 마련해둔 상태다.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선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로 디지털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가상자산 클레이와 보라 등을 유통하며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또 싱가포르에 세운 블록체인 법인 '크러스트'는 카카오의 디지털 경제생태계를 글로벌로 확장할 기지가 될 전망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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